멋지고 완벽한 작업 공간을 꿈꾸는 젊은 작가의 소망에 대하여
이따금씩 멋진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창밖으로는 강이나 바다를 마주하고, 영감이 절로 떠오를만한 마호가니 책상에, 잘 짜여진 책장도 있고, 최신형의 아이맥도 놓여있고, 무엇보다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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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이런 쾌적한 환경은 작가에게 독이라는 걸 알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로 큰 성공을 거둔 스콧 피츠 제럴드는 이후 자신의 작업실을 뉴욕의 허름한 집에서 이탈리아 카프리로 옮겼다. 아름다운 지중해를 마주한 멋진 거주지에서 집필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뒤로 데뷔작을 넘지 못한 채 작가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몰락의 길을 걷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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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가장 좋은 집필 환경은 사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부족해야 한다. 가령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신의 방을 빛도 들지 않게 밀폐시켜 그곳에서 집필을 했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자신의 오래된 차 뒷좌석에 불편하게 앉아 집필을 했으며,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에서 퇴고를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어떻게 집필을 했을까. 첫 번째 책 레지스탕스는 배낭여행자로서 집필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어느 도시의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미술관 한 구석에서, 허름한 숙소의 침대에서, 기차역에서, 공항의 벤치에 앉아 자판을 두드렸다. 두 번째 책 자기만의 모험은 집 베란다의 빨래 거치대 옆 앉은뱅이 책상에서 삼 주 동안 진득하게 앉아 초고를 써냈다. 세 번째 책 경계에서는 시집이다. 이 책은 레지스탕스처럼 배낭 여행을 하며 주머니에 늘 갖고 다녔던 수첩에 기록한 시들을 한데 엮은 것이다. 위클리우로 진행하는 단편소설들 역시 비슷한 과정 속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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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 제럴드처럼 카프리를 꿈꿔보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그대로이기를 바라본다. 언제 어디든 집필하기 위해 늘 들고 다니는 노트북이 담긴 무거운 가방도, 저녁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카페도,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맴도는 내 방의 오래된 책상도, 가끔씩 찾아가 빌려 쓰는 허름한 호텔의 작은 책상도. 카프리가 아니라 그저 작업 환경들이 아주 조금씩 개선되기를. 그래서 부족함에서 오는 젊은 열정이 식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