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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Dec 29. 2020

자살에 대한 문학적 고찰

소설을 통해 자살에 대해 고찰하다.

주간 단편소설지, 위클리우



자살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문제였다.군대에서 목격했던 자살 사건은 내게 너무나 깊은 상처와 충격을 안겨주었다.이 사건은 미스테리에 가까웠다. 당사자는 이렇다 할 징후도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그저 충격과 의문점만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로 전날까지만해도 함께 웃고 자고 먹고 떠들고 했던 전우가 말이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사건의 개연성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날의 사건은 미제 사건처럼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다.그래서 오랜시간이 지나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번 위클리우에서 연재하는 단편소설 <무대는 사라졌지만>이다.


전혀 새로운 장소와 인물, 그리고 사건을 통해 ‘자살’을 새로이 조명해보았다. 나의 주안점은 ‘자살을 추동한 무언가’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마치 형사가 된 것만 같았다.내적 동기를 밝히지 않은, 가해자도 찾을 수 없는 자살은 어떤 논리적 귀결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미제사건을 풀듯 집필하던 나는 결국 하나의 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제도와 풍조’이다.


누군가를 군대에 복무해야만하게 하고,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게 하고, 부대 내의 모든 전통과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불문율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 논리적 소급의 결과 ‘분단제도’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었다.집필한 소설의 초기작에서는 작중 서술자가 인격화된 ‘분단제도’를 목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분단제도는 거인의 형상으로 병사들을 꼭두각시처럼 가지고 인형극을 벌인다. 그는 자살하는 역을 담당할 배우를 세심하게 고른다. 서술자는 그와 대화를 시도하며 이 모든 사건에 대한 미스테리를 해소한다.


사실 이 초기작은 작품을 검토해주신 교수님이 너무 기괴한 느낌을 준다고 조언을 해주었고, 고민 끝에 결국 인격화된 제도를 없애고 새로이 소설을 집필했다.“사회가 인간의 자살을 추동한다.” 이것이 이 소설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얼마 전 뒤르켐의 <<자살론>>을 읽기 시작했다. 나의 소설의 메시지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저서라 아주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고 있다. 그는 어떤 사회든 일정한 ‘자살률’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살이 개인적인 동기라기 보다는 사회적 법칙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유럽 각 국의 백년치 사망률 통계 자료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뒤르켐과 비슷한 맥락의 소설을 쓴 나는 흥미로운 마음에 통계청에 들어가 군대 내 자살률을 찾아보았다. 자료에 의하면 놀랍게도 매년 60-100명이 군대 내에서 자살을 한다. 자살은 군대 내 사망률의 80-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 자살 동기를 일반화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사회적-통계적으로 볼 때 ‘어떤 법칙’이 감지되는 건 부인할 수 없다.어쩌면 나의 소설 <무대는 사라졌지만>은 군대 내 ‘자살 법칙’을 입증하는 문학적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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