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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Nov 26. 2020

한 개인의 부조리는 무엇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

소설 아와비아에 대하여

대학시절 어느 교양 수업시간이었다. 도무 집중이 되지 않아 다른 생각을  중, 무언가 떠올라 급히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 문장을 적어내려갔다.

일관(一觀)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가 없ᄋ.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조그마한 구멍 하나만이 이 뿐이었다. 귓바퀴가 없어 세상의 소리가 흘러들어가지 ᅡ는 그 까만 점은 오직 정제된 본질만이 들려오길 기다리는 적막의 거처 갔다.”

이 문장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되었다. 사실 이 첫 문장을 쓰기 까진 내 안에 하나의 의문 움트고 있었다.

한 개인이 겪는 부조리는 무엇이 해명하고 치유해줄 수 있는가. 종교인가, 소속감인가, 사람인가, 진리인가.”

이 의문을 몸소 체현할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게 오른쪽 귀가 없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결핍과 치유할 수 없는 장애를 갖고 있는 일관이 태ᄋᆻ다.

일관은 조선 후기 개항을 막 시작하던 즈음을 살던 청년이다. 그는 장애이자 결핍이자 콤플렉스인 귀 ᅩᆨ 없는 자신의 삶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왜 나만 이런 부조리를 겪는 것인가.

그 자신의 부조리를 해소하고 삶과 화해를 시켜줄 세상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조선의 사상인 유학을 공부하며 현인들의 이치 속에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또 개항지의 어느 성당으로 향해 천주교의 신앙 속에서 전능한 하나님의 의지를 통해 답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어 외국 상선에 올라타 선원이 되어 자신만의 거친 철학을 갖고 있는 선장을 맹신하며 의문을 풀어보기도 한다.

과연 일관은 자신이 겪는 부조리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한 개인의 특수한 부조리를 해소해주고 품어줄 세계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이 소설에 담았다.

이 소설을 완성한 것은 첫 문장으로주터 삼 년이 지난 후였다. 모로코에서 지냈던 사 년 전 어느 날, 자주 갔던 카페에 앉아 이 소설을 풀어냈다. 그리고 지난 시월, 그때의 거친 소설을 다시 갈무리해 위클리우를 통해 공개했다.

사실 일관은 나의 한문 선생님이 지어준 호였다. 서예와 논어를 알려주던 선생님은 어느날 내게 언젠가는 단단하게 자리잡은 주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며 일관이라 호를 지어주셨다.

일관의 이야기는 어쩌면 사상적으로 방황했던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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