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 May 04. 2021

소설가,읽혀지기위한 시도

신간 『페르소나를 위하여』의 출간을 앞두고

내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은 2012년 무렵부터였다. 부단하게 소설을 집필했다. 하나의 멋진 작품을 완성한다는 야심 찬 마음으로 집필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들은 숱한 습작들이었다. 그래서 2018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레지스탕스』의 토대에는 이 습작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게 종종 묻곤 했다. 어떻게 첫 출간부터 호흡이 긴 장편을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이냐고. 따지고 보면 '레지스탕스'는 첫 소설이 아니라 좀처럼 순서를 정확하게 매기기 힘든 나의 n번째 소설이다. 어림잡아 보자면 30번대에 자리 잡을 소설일 것이다.


이처럼 레지스탕스는 소설가로서 나의 일부일 뿐인데 독자들은 나의 전부로 여기고 있었다. 그 점이 늘 아쉬웠고 넘고 싶은 장벽처럼 느껴졌다. 아직 공개하지 못 한 원고도 많았다. 포부를 품고 집필 중인 소설도 있었다. 나의 문학 세계는 아직 건설 중이었고 다 보여주지 못했다. 부단하게 문학 세계를 건설에 가며 세상에 조금씩 세계의 파편을 조금씩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조급함과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재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내가 유명한 소설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서둘러 출간을 한다 해도 독자들은 굳이 나의 소설을 읽을 이유가 없었다. 세상에는 '읽어야만'하는 소설들이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집필하는 것만이 소설가로 가는 길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읽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도 소설가가 가진 역량이라고 본다. 대문호인 찰스 디킨스도 자신의 소설을 주간지로 만들어 발로 뛰며 독자들을 찾았고, 휘트먼은 혼자 힘으로 출간을 하고 세상에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다녔다. 그런데 내가 뭐라고 처음부터 널리 읽히길 원한단 말인가.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나도 주간지를 기획했다. 이름하여 위클리우였다. 이것은 weekly와 leewoo의 합성어 weekleewoo로 매주 발송되는 소설지를 뜻했다. 요즘 시대에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클리우 시즌1의 이미지


신선함으로 독자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직접 집필한 소설을 직접 디자인한 소책자에 담았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을 찾았다. 감사하게도 기꺼이 구독자가 되어준 분들이 계셨다. 4주 동안 진행한 위클리우 시즌1은 무척이나 성공적이었다. 단순히 습작이라 여겼던 원고를 보다 나은 소설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또 독자들의 피드백은 그것을 당위성을 가진 하나의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주었다. 또 이 네 편의 소설은 운이 좋게도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오디오북으로 발간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무려 2만여 명이 오디오북으로 위클리우를 청취해주었다.


여러 독자분들께 위클리우의 시즌2는 언제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시즌제로 운영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독자들의 물음에 용기를 얻어 시즌2를 기획했다.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원고를 골라 퇴고에 착수했고, 집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었다. 시즌2는 퀄리티를 높여 봉투와 우표까지 제작했다. 너무 퀄리티를 높인 탓에 마이너스 요인도 있었다. 개별 단가가 너무 높아진 것이었다. 시즌1 같은 경우는 모든 인쇄를 집에서 진행했고, 직접 제본을 했다. 하지만 시즌2는 소책자와 봉투를 인쇄소와 제본소에서 제작했고, 우표는 우체국에서 특별 제작을 했다. 그래도 독자분들은 기꺼이 독자가 되어주셨다.



위클리우 시즌2의 패키지, 소책자의 전면, 소책자의 후면


이렇게 2020년 봄과 가을에 위클리우를 통해 여덟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후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위클리우의 단편소설들이 한데 엮인 소설집이 나온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이 제시해 준 청사진은 곧바로 나의 목표가 되었다. 여덟 편의 소설들을 다시 퇴고하기 시작했고, 출간 준비에 착수했다.  그리 오래걸릴 것 같지 않던 출간이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수록된 「아와 비아」라는 소설 때문이었다. 아무리 퇴고해도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이것은 위클리우 중 유일한 중편소설이기도 했다. 이 소설만큼은 아무래도 긴 호흡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와 비아는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한 소설이기도 하고,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내 영혼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완성도를 더해 아주 묵직하고 향이 짙은 장편소설로 만들기로 하고 이번 소설집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이 소설의 빈자리를 새로운 소설인 「회색의 함선」으로 채워 넣었다. 조금 오래 걸렸지만 다시 여덟 편의 단편소설 목록이 완성되었다. 나는 다시 신간 출간 준비에 착수했다. 어언 6개월 동안 준비한 이 프로젝트가 바로 이번에 출간하는 소설집  『페르소나를 위하여』이다. 위클리우 프로젝트까지 합치면 장장 1년 6개월이 걸린 셈이다.


'위클리우'로부터 이어지는 '페르소나를 위하여'의 프로젝트라는 시간 속에 1년 6개월을 보냈다. 하나의 읽히기 위한 시도도 머지않아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6월 출간을 앞두고 텀블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텀블벅은 창작자를 위한 펀딩 플랫폼이다. 물론 그냥 출간을 진행해도 되지만 '읽히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텀블벅을 택했다. 나는 직접 독자를 찾아야 하는 '아직' 변변치 않은 소설가이다. 텀블벅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동력 삼아 신간의 바다에 뛰어들 것이다. 출간을 하고도 독자들에게 읽어야 할 이유를 부단하게 만들 계획이다. 소설가이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기에.







1년 6개월에 걸친 프로젝트 둘러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광야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