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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May 12. 2021

소설은 어떻게 집필하는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살펴보는 소설가의 집필 방법

소설가는 어떻게 소설을 집필하게 되는 것일까.  '어떻게' 문제는 ''라는 키워드로 살펴볼  있을  같다. 바로  왜에 대한 답이 어떻게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가.  소설을 쓰지 않고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어느덧 장편소설  권을 출간하고, 다음  소설집  권을 예정인 나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있다. 적어도 내게 소설을 쓰게  동기는 다름 아닌 치기 어린 예술적 열망이다. 문학에 빠진 이들에게는 동경하고 찬양하는 소설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바로 이러한 소설들의 계보를 잇는, 그들의 DNA 계승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 20 전부를 열병 속에서 지냈다. 바로  소설이 나의  장편소설인 <<레지스탕스>>이다.

어느새 3쇄를 발간하게 된 <<레지스탕스>>


어느 세심한 독자는 이 작품을 정밀하게 인수분해해 내게 자신의 수식이 맞는지 물었다. 그는 레지스탕스 속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괴테의 <<파우스트>>, 니체의 <<비극의 탄생>>,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의 요소들을 발견했다고 했다. 물론 내가 표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언급한 소설들의 플롯과 메타포를 직간접적으로 차용한 것도 있었고,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것도 있었다. 그것은 내가 흡수했던 자양분들의 무의식적인 발현이었다. 그것을 발견한 독자의 식견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처럼 내가 문학적 열병을 앓으며 집필한 소설은 동경하는 소설들의 계보를 이으려는 시도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레지스탕스는 나 자신의 예술적 이정표이기도 하다. 이 속에는 지난날의 내가 동경해 마지않는 이상적인 인물이 존재한다. 나는 내가 창조해낸 이 인물 덕분에 이 세상과 문학적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처럼 문학적 동경의 대상과 삶의 동경의 대상에 대한 갈망이 레지스탕스를 집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넓었고 레지스탕스의 언어로 모든 것을 헤아릴 수 없었다. 내게 동경의 시대는 끝이 났다. 문학에 취해 문학적 조상들을 찾던 시도도, 나만의 영웅을 창조하려던 시도도 모두 '레지스탕스'로 일단락을 내렸다. 때문에 나는 레지스탕스를 출간하곤 크게 방황했다. 이제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소설을 쓰고자 하는 '왜'가 근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레지스탕스는 예술적 치기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자전적'인 경향이 짙었다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작품은 작가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그저 한 시대가 머물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을 디딤돌 삼아 다른 단계로 향해야 한다. 스스로 건설한 레지스탕스라는 작은 고향을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읽었던 책과 나 자신에게만 향해 있던 시선은 이제 온 세상으로 분산되었다. 새롭게 마주한 세상, 새롭게 접한 사상들, 새롭게 접한 사람들. 나는 이제 이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레지스탕스의 주요 테마는 세상의 부정과 나 자신에 대한 긍정이었다. 세상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을 지킨다는 메타포가 이야기 속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레지스탕스는 내겐 떠나온 고향이었다. 나의 출신을 나타내 주는 장소에 불과했다. 이제 나의 태도는 확고했다. 나 자신을 망각하는 몰아沒我와 망아忘我로 세상을 마주했다. 이제 내가 긍정하는 건 더 이상 내가 아닌 세상 그 자체였다. 소설가에게 긍정하는 방법은 마주하는 것들을 소설로 집필하는 것뿐이었다. 내게 흥미를 끄는 것은 모조리 소설의 영감이 되었다. 그렇게 집필된 소설은 구약 속 선악의 문제, 조선시대의 과거제의 폐단, 그리고 오늘날의 SNS 문화에 따른 자아인식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가 실로 다양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탄생한 소설이 곧 출간할 소설집 <<페르소나를 위하여>>이다. 이 책에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들이 담겨있다. 이 소설집을 통해 소설가가 어떻게 영감을 받아 집필을 구상하게 되었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집필하게 되었는지 여덟 편의 소설들과 함께 살펴보려 한다. 이번 연재가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또 소설이 어떻게 집필되는가 궁금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소설가의 소설 집필 이야기, 앞으로 8부작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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