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예은 Jun 23. 2021

언젠가 콜센터를 찾을 당신께

상담원으로 근무했다고 하면, 콜센터 이용에 관한 대단한 팁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회사마다 매뉴얼이 다르기 때문에 상담원도 다른 회사에 고객으로서 전화를 걸면 초초하고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다(여기에 무심코 상담원 말투를 쓰거나'고객님'이라고 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콜센터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 상담원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다. 


우선, 콜센터에 전화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제품의 결함이나 회사 측 과실로 불가피하게 연락해야 할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여행사에 일하면서 받은 문의는 대부분 고객의 과실에서 비롯된 환불이나 변경 문의였다. 


여행 상품이든 옷이나 책과 같은 물건이든, 온라인 상에서 구입한다면, 결제를 완료하기 전에 가격과 내용, 환불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자. 특히 여행상품은 날짜, 인원, 룸 타입, 액티비티, 추가 서비스, 취소 규정 등 일일이 봐야 하는 항목이 많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검색하다 실수로 결제하거나, 날짜를 잘못 입력했거나, 새벽 감성에 취해 예약한 후 뒤늦게 후회하는 고객이 하루에도 몇십 명이었다. 


어쩔 수 없이 콜센터에 문의해야 한다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맡기지 말고 본인이 직접 연락하는 편이 좋다. 전화번호나 이메일이 자주 바뀐 경우, 회원 가입 시 입력한 정보를 한 번쯤 확인하면 본인 인증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요즘은 전화뿐 아니라 이메일과 채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도 많다. 문의 방법이 다양해져서인지 '콜센터'가 아니라 '컨택 센터'라는 표현도 쓰는데, 그래도 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전화를 가장 선호한다. 물론 연결되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번 상담이 시작되고 나면 메일과 달리 즉각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화요금과 시간을 절약하려면 이메일이 낫다. 다만, 이메일은 전화보다 우선순위가 낮으므로, 바쁠 때는 답변이 며칠 씩 걸리기도 한다. 또, 고객의 문의 내용이 불확실하거나 개인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해결이 지연될 위험도 있다. 상담원 입장에서도 이메일은 답장을 보내기만 하면 끝이지만, 전화는 고객이 먼저 끊기 전까지 응대를 해야 하므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시간으로 상담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채팅은 전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에 먼저 인공지능 로봇을 거쳐야 하고, 도중에 창을 닫으면 접속이 끊어지기도 한다. 콜센터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객이 몇 분간 답이 없으면 상담원이 바로 종료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한 번 채팅을 시간 했다면, 멀티태스킹은 금물이다. 


채팅은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아서인지 감정 소모가 덜 한 편이다. 그래서 전화보다 채팅을 선호하는 동료 직원이 많았다. 하지만 외국인인 나는 구어체보다 문어체가 어렵고, 타이핑 속도도 원어민만큼 빠르지 않다 보니, 채팅이 훨씬 긴장됐다. 게다가 전화는 한 번에 한 통만 받는 반면, 채팅은 한 번에 여러 건을 동시에 응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웠다.


전화와 이메일, 채팅 중 어떤 방식이든 간에, 문의를 할 때는 내가 처한  상황과 필요한 조치를 명확히 전달하자. 구입한 상품에 대한 불만을 알리거나 질문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권리이니, 콜센터 상담원을 지나치게 배려할 필요는 없다. 상담원의 대응이 미숙하거나 불량할 때는 고객 입장에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적인 피드백이지, 상담원을 개인적으로 모독하거나 희롱하는 발언은 삼가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상담을 마칠 때 겉치레라도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덧붙여 주면 금상첨화다. 나의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 혹은 든든한 가장의 하루가 무너질 수도, 행복해질 수도 있음을 기억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일본 콜센터 표현:

またのご利用をお待ちしております。
(마따노 고리요우오 오마치시떼오리마스)

또 이용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표 이미지:  Photo by Quino Al on Unsplash

이전 14화 콜센터 직원의 멘탈 관리법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일본 콜센터에서 520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