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예은 Jun 23. 2021

콜센터 상담원에서 고객으로

퇴사 후 모처럼 남편과 함께 보낸 주말.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했는데, 점원과 대화하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남편이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일본어 진짜 많이 늘었네.


그렇다. 하루에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제외해도 일본어를  시간은 7시간 30. 1  남짓한 시간 동안 수많은 현지인과 전화로, 이메일로,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일본어가  늘래야    없었. 오히려 유학할  보다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본어로 말할 때의 쭈뼛거림도 사라지고, 경어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동안 월급을 받아가며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소득이 어디 있으랴.


일본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며 얻은 수확은 이뿐만이 아니다. 멘탈 회복을 위해 우울증과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고,  건강에도 신경  덕분에 생활 습관이 크게 개선됐다. 사실 스트레스는 사회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 다음 직장에서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콜센터에서 일할 때보다는  흔들리리란 막연한 기대감이 든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콜센터 상담원을 접한다. 하지만, 실제로 몸담아 사람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뉴스나 영화에서나 보던 직업을 직접 경험했다는 사실은  공감의 폭을 크게 늘려 주었다.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콜센터 직원을 등장시키리란 다짐도 해본다.


무엇보다 무직 상태였던 내가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타지 생활에 버팀목이 될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함께 고객의 고충을 처리한다는 동질감 덕분인지, 콜센터에서 만난 동료들과는 유난히 관계가 좋았다. 더 이상 그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퇴사할 때 남는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이제는 상담원에서 고객으로 돌아가지만, 콜센터에서 근무한 520일간의 경험은 온전히  것이 되어 삶의 여러 순간에 나를 도우리라 확신한다. 지금 고객의 문의에 성심성의껏 대응하고 있을 세상의 모든 콜센터 상담원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대표 이미지: Photo by Danielle MacInnes on Unsplash

이전 15화 언젠가 콜센터를 찾을 당신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