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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Jan 20. 2020

SNS가 내 삶에 가져온 의외의 선물

SNS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Seriously, it [Twitter] is a waste of time.
(도서관에 가서 책이라도 읽어라. 정말이지 트위터는 시간 낭비다.)

알렉스 퍼거슨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인터넷 명언을 파생시킨 한 축구 감독의 인터뷰가 유독 내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읽어야 할 책 대신 인스타그램 피드를 정독하고 있을 때. 어차피 늘어 있지도 않을 ‘좋아요’와 ‘팔로우’ 수는 매번 확인하고 싶은지, 또 수많은 ‘인친’들의 일상은 왜 그토록 궁금한 건지. 휴대폰을 손에 쥘 때마다 꼭 한 번은 접속해 새로운 소식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훑어보곤 한다.


여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인스타그램 창을 닫은 뒤엔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에 업데이트된 영상도 확인해야 하고, '덕질'을 위해 들어간 단톡방 최신 뉴스도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한 차례 애플리케이션 순례를 마치고 나면, 30분은 가뿐히 지나 있기 일쑤다. 말로만 듣던 'SNS의 노예'가 다름 아닌 나였던 것이다.


강력한 중독성 탓에 이처럼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기 십상이지만, 나는 SNS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추천하는 입장이다.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의사소통의 장을 확장시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기술 아닌가.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큼 SNS 덕을 본 사람도 드물다.


본격적인 시작은 블로그였다. 소싯적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도 제법 주고받았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이미 갖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학창 시절 연락망에 불과했다. 하지만 퇴사 무렵 일본 유학을 준비하며 운영한 네이버 블로그는 달랐다.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학원 입시 정보와 지원 과정을 정리하는 공간이었지만, 점차 삶 전반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주제가 넓어졌다. 주변 사람에게 말하기 힘든 내밀한 고민도 익명의 힘을 빌려 털어놓곤 했다. 꾸준히 글을 올리자 '이웃'이 생기고, 진심 어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왜 진작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코드가 맞는 사람도 도 있었다. 그럴 경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처를 주고받고, 실제로 만나 밥을 먹으며 인연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도 했다. 놀랍게도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현재 나의 가장 편한 여행 메이트 S이고, 서울에 갈 때마다 연락하는 언니 A이고, 내게 남편을 소개해준 주선자 H다.


블로그에서 맺어진 인간관계가 이처럼 성공률이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가식이 없어서였다고 생각한다. 모든 진실된 콘텐츠에는 작성자의 취향과 성향, 가치관이 짙게 배어 있다. 오히려 학교나 직장에서 만났다면 사회적인 가면 몇 겹을 뚫어야 닿을 수 있는 한 사람의 '알맹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외모나 나이, 학벌, 직장을 모르기에 세속적인 편견에서도 자유롭다. 그렇기에 상호 간 진심으로만 대한다면, 내면이 비슷한 사람들이 SNS를 통해 손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SNS의 순기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직업 작가라는 꿈을 본격적으로 품게 된 데에도 블로그의 공이 컸다. 독립출판사 세나북스에서 올린 작가 모집 공고를 일본어 학습 블로그를 운영자인 ‘나무’님이 공유했고, 공유된 글을 본 에세이 <일본 소도시 여행>의 저자이자 파워블로거 ‘TAN’님이 내게 댓글로 알려준 것이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옴니버스 여행 에세이  <걸스 인 도쿄>는 비록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내가 쓴 글이 출간되는 희열을 처음으로 안겨주었다. 당시 그들의 우연한 클릭 몇 번이 없었다면, 그 후 세나북스를 통해 출간한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는 물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의 나도 세상에 없었으리라.


그러니 내게 SNS를 한 단어로 정의하라면 기회라고 하겠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블로그와 브런치,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은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을 발굴해내는 능력이 있다. 다만, 모든 기회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SNS에서의 발언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게다가 단순히 리스크라고 치부할 수 없는 온라인 범죄도 나날이 교묘해지는 실정이다. 유명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무분별한 신상 털기와 악성 댓글, 그리고 가짜 계정을 이용한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SNS를 전부 탈퇴하기보다는 현명한 사용 방법이나 보안 강화에 신경 쓰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늘 그렇지만 SNS는 죄가 없다. 죄는 그것을 남용하는 그들과 나, 혹은 당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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