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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May 20. 2020

여름을 맞이하며, 오이냉국수

여덟 번째 요리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옷깃을 움켜쥐게 하던 서늘한 공기가 어느새 포근해져, 최근에는 미루고 미루던 겨울 옷 정리도 마쳤습니다. 요코하마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선풍기도 꺼냈고요. 아직 에어컨을 틀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상쾌한 바람을 집안에 들이려 온종일 창문을 열어 놓고 지냅니다.


날씨는 이렇게 따뜻해졌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인원 감축이 있었거든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지라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마음이 무겁더군요. 다행히 저는 ‘살아남은’ 쪽입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도 함께 일하던 선후배와 동기들이 순식간에 조직 밖으로 내쳐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해야 했지요. 제가 충격을 받아 봤자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은 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정말이지 잔인한 세상, 아니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도래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삶의 많은 부분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누군가는 건강을, 또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지요. 저처럼 비교적 무사한 사람도 여행이나 만남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모두가 입버릇처럼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어떤 변화는 영구적인 흔적을 남깁니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어도, 제 동료들이 멀쩡히 회사로 돌아오거나,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이 덜어지지 않는 것처럼요.


Photo by Martin Sanchez on Unsplash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상실감에만 빠져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살아 있는 한 일상은 되풀이되기 마련이니까요. 정리해고라는 큰 사건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도 저는 태연히 제 방으로 출근해 재택근무를 하고, 점심시간에 남편과 밥을 만들어 먹고, 휴일에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 지금의 일상이라도 온전히 지켜내려면, 천천히라도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떠난 이들의 몫을 채우기 위해 직장인으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작가로서는 출간 여부가 불확실한 원고도 집필해 나가야겠지요. 나아가 한국에 있는 가족을 볼 수 없어 슬퍼하기보다 모두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해하고, 다시 오지 않을 2020년 봄을 그리워하기보다 초여름이 불러올 새로운 희망을 기대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당장은 쑥대밭인 마음도 점차 평정을 찾아가지 않을까요?


Photo by Hoan Vo on Unsplash


다행히 계절의 변화가 좋은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해서 오늘은 올해 첫여름 요리인 오이냉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오이냉국에 소면을 말아먹는 게 전부지만, 냉면이나 콩국수보다 훨씬 만들기도 쉽고, 활용도도 높습니다. 저는 오이와 양파, 미역, 토마토에 고추까지 넣었지만, 오이와 미역, 혹은 오이와 양파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고기나 해산물 육수의 깊은 맛은 없지만, 그만큼 산뜻하고 상큼한 매력이 있지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 19 사태에 더위까지 겹쳐 입맛을 잃은 분께 조심스레 추천합니다.



재료:
오이냉국 토핑 - 오이 2개, 양파 반 개, 방울토마토 5개, 자른 미역 2 스푼, 고추 1개
오이냉국 국물 - 물 1리터, 식초 100g, 설탕 60g, 간장 30g, 소금 10g, 다진 마늘 10g
※ 밥숟가락 1스푼을 10g으로 계산했습니다. 
국수(2인분 기준) - 소면 200g, 달걀 2개, 들기름, 깨

1. 오이와 양파는 얇게, 고추는 잘게 썰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른다. 자른 미역은 물에 불려 둔다.

2. 국물 재료를 모두 한 데 섞은 뒤, 1을 넣어 오이냉국을 만든다. 냉장고에 차갑게 식혀둔다.

3. 달걀을 취향에 따라 반숙(약 7~8분) 혹은 완숙(10분 이상)으로 삶는다.

5. 소면을 끓는 물에 넣은 뒤 약 3~4분간 삶고, 찬 물에 헹궈둔다.
※ 삶을 때 물이 넘칠 듯 끓어오르면 찬물을 넣어주면 된다.

6. 그릇에 소면과 오이냉국, 얼음을 적당히 넣고 들기름 1큰술과 깨를 뿌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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