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요리
지난 몇 주간, 저는 통제되지 않는 ‘기분’ 때문에 꽤나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인원 감축 이후 늘어난 업무가 버거워서인지, 평일 아침에는 도무지 눈 뜰 ‘기분’이 들지 않았고, 끼니때에는 정성껏 요리해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아 편의점 샌드위치나 배달 음식으로 때우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을 포기할 순 없으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 업무를 보고, 밥을 먹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요. 다른 많은 문제처럼,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으면서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5월 말부터 긴급 사태 선언이 해제되어 대부분의 상업 시설이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집 주변의 쇼핑몰과 호텔, 식당도 문을 열었지요.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감염 예방 수칙을 강조하면서 경제 활동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뀐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긴급 사태 선언이 풀린 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밥도 먹고, 동네를 벗어나 나들이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모처럼 남편과 휴일이 겹친 유월의 어느 날에는 요코하마 바로 옆 동네인 가마쿠라로 짧은 여행도 다녀왔지요.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되기에 가는 곳마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챙겼지만, 그 두세 번의 외출이 제 마음에 구원처럼 다가왔습니다. 특히 수국이 만발한 가마쿠라에서 바닷바람을 맞을 때, 몇 개월 만에 활짝 웃을 '기분'을 회복했으니까요.
비록 대단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집 주변을 벗어나 마주하는 새로운 풍경이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펴주었는지, 그 후로 제법 생산적인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다음 책에 대한 기획이 구체화되어 출판사 대표님과 이야기도 나눴고,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새로운 일에도 도전하게 됐거든요. 여기에 제가 몸 담고 있는 회사도 당장 다음 주부터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라, 비록 완전하진 않지만 오랜 칩거 생활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상황에서 통근 열차에 몸을 싣는 건 썩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동료들의 얼굴을 얼른 보고 싶기는 합니다. 아직 질리지 않은 요코하마의 전망과 점심시간에 자주 찾던 식당들도 조금은 그립고요. 상황이 악화되면 다시 완전 재택근무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은 출근일까지 생활 패턴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보려 합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 그동안 집에만 있느라 늘어난 살도 빼야겠지요.
재택근무와 함께 시작한 이번 시리즈 역시 조만간 마침표를 찍으려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일상을 가볍게 기록하려 시작했는데, 본의 아니게 어두운 감정 상태나 정리 해고와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싣게 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의 종식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는 수밖에요.
사무실 출근을 앞두고 걱정 반, 설렘 반인 제 마음을 대변할 오늘의 요리는 김밥입니다. 김밥은 나들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인 데다가, 제가 도시락으로 자주 챙겨가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일반 김밥은 손이 많이 가지만, 참치아보가도 김밥의 속재료는 참치 샐러드와 아보카도, 달걀, 그리고 치즈가 전부입니다. 밥도 햇반을 사용해 시간을 단축했고요. 그럼에도 맛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색다른 김밥을 맛보고 싶거나, 여러 가지 재료를 준비할 여력이 없을 때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재료(3줄):
기본 재료 - 김밥 발, 김밥용 김 3장, 햇반(200g) 2개, 식초, 설탕, 소금, 들기름(또는 참기름)
속재료 - 참치캔(140g) 1캔, 양파 1/4개, 마요네즈, 슬라이스 치즈 3장, 아보카도 1개, 달걀 2개, 쯔유 10g
1. 햇반 2개를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식초와 설탕, 소금, 들기름을 약 2:1:1:2 비율로 넣어 섞는다. 완성된 밥은 미리 3등분으로 나눠 둔다.
2. 참치과 다진 양파를 마요네즈에 버무린다. 이때, 마요네즈의 양은 참치의 1/2 정도로 한다.
3. 날달걀에 쯔유 1스푼을 넣어 풀어준 뒤, 달걀말이를 만든다. 완성된 달걀말이는 세로로 길게 3등분 한다.
4. 아보카도는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세로로 길게 채 썰고, 슬라이스 치즈도 반으로 잘라 둔다.
5. 김밥 발에 김의 거친 면이 위로 오도록 올린다. 밥을 고루 펴고 속재료를 가운데에 모두 올린 뒤 잘 말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