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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Jul 13. 2020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 새로운 일상

에필로그

끝이 보이지 않았던 재택근무가 막을 내린 뒤, 만 4개월 만에 나간 사무실의 풍경은 첫 출근 날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한 자리 건너 한 자리마다 그어진 엑스(X) 자 표시가 지금의 상황을 다시금 직시하게 해 주었지요.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출근길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메신저로만 이야기하던 동료를 실제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또, 6개월 간의 수습을 무사히 통과해 다음 달부터 정사원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5월에 정리 해고를 당한 동기들이 생각나 마음이 무겁더군요. 다 함께 수습 기간을 졸업할 수 있었다면 더없이 좋았을 테니까요. 물론 정사원이라고 한들 저 역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처지지만, 당장은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게 최선이겠지요.


재택근무 기간 동안 쓴 지난 글을 되돌아보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던 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엉성한 집밥 레시피 10개가 쌓이는 동안 저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비극에 조금은 덤덤해질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매일 늘어만 가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일, 해외여행은커녕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조차 만나러 갈 수 없는 일, 그리고 마스크로 덮어지지 않는 불안감 탓에 마음 편히 외출하거나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일에요.


처음 겪었을 때는 원망을 불러일으키던 이 모든 일들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집니다. 이런 게 바로 ‘뉴 노멀(new normal)’이겠지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저는 적응보다는 ‘건강한 체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벌어진 상황은 그대로 수용하고, 새로운 일상 속에서 저와 제 소중한 사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담담히 살아가는 일. 그것만에 지금 제게 주어진 선택이자 의무가 아닐까요.


그동안 누구를 향하는지도 모른 채 쓴 집밥 일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어디에 있든, 건강한 몸과 평화로운 삶에 대한 염원은 만국 공통이겠지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께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안녕하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Photo by Anshu A(좌) and Samantha Gades on Unsplash(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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