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린이의 한라산 정복

자신만의 모험

by 로라윤

올해 초부터 '꿈노트'를 쓰기 시작했었어요

최근에는 갑작스러운 부서이동으로

제 꿈에 대한 의문이 생겨

잠시 보류한 상태였는데요.


신기하게도 제가 꿈노트에 적어뒀던

버킷리스트들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뤄가고 있더라고요..


한라산 설산 등산이 있었는데

문득, 지금 날 좋을 때 가보자 해서

바로 비행기표 끊고 숙소 예약했더니

어느덧 제가 한라산 땅을 밟고 있더라고요


[등산을 하지도 않던 제가 왜 한라산을 갔을까요?]

1. 도전이었어요.

국내에 가장 높은 산을 간다는 게 물론 당연한 도전이죠

그래도 저에게 뜻깊었던 건

행복에서 '혼자'로서의 독립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해야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간 적도 없고,

혼자 무엇에 도전을 해본 것도 없었어요.


막상 혼자 해보니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나를 신경 쓰며 나만을 존중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혼자로서 가득 차다, 충분하다.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Freedom.

Good enough.


2. 나에게 나를 증명하고 싶었던 시간이었어요.

서른이 넘으면서 자꾸 '나이가 들어서', '예전 같지 않아'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물론, 예전 같지 않죠.

그렇지만 '지금도 해낼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은 있다'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싶었어요.

'이제 그만 핑계 대고 할 일 하지?'의

채찍질의 시간이랄까요.


3.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에요.

말했더니 누가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을

그런 개고생을 주냐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 입니다만! 개고생 하면서 얻는 것들을

기대하며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얻었으니까요.


4. 저를 깨뜨리고 싶었어요.

사람마다 작은 강박은 갖고 있잖아요.

저는 화장실 청결과 제가 상황을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을

깨고 싶었어요.


화장실이 조금만 더러워도 꾹 참고

집까지 와서 가곤 했어요.

또 잠자리가 바뀌면 잠들지 못하거든요.

한라산 화장실은 배수시설이 없어 용변의 물을

정화만 시켜서 나와요.

그래서 화장실 물 색이 소변 색 또는 콜라색이고

손 씻는 물도 없어서 아주 적합했네요


또 산이라는 곳은 절대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는 공간이죠.

일상생활에서는 힘들면 택시 타면 되고

뭔가 필요하면 편의점 들어가서 사면 되고

아프면 병원 가면 되지만

산은 아파도 크게 다친 게 아니라면

하산해야 하죠. 특히 밤이 되기 전에요.


뭔가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비행기가 조금만 흔들려도 비상구 찾아놓고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다하거든요


산을 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를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저

물이 흐르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시계와 핸드폰 없이

나의 체력과

나의 숨소리와

나의 생각에

집중하며 하루를 산에서 보내는 게 꽤나 큰 힐링이었습니다


등산하며 느끼던 점들은 다음 게시물로 만나요

이상 완전 등린이의 한라산 정상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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