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넘어서 합법적으로 술을 먹게 되는 날부터 술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오해가 많은 단어다. 술자리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 내가 술을 잘 먹지 못한다고 말할 때면 "네가? 에이 거짓말 하지마. 말술 먹게 생겼는데?"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몇분 후, 나는 한모금 밖에 먹지 못했는데 "술 얼마나 마신거야? 그만 먹어"라는 말을 했다. 나의 얼굴색은 분위기를 전혀 맞추지 못한 채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술은 먹을수록 느는거야. 그것도 먹다보면 늘어'라는 말을 믿고 언젠가는 해롱해롱 해지는 것을 기대하며 들이켰더니 먹은 것을 다 쏟아내며 민폐를 끼치고야 말았다. 그저 민폐였다면 다행일 정도로 술에게 호되게 혼났는데 토가 멈추지 않아서 숨 쉴 타이밍조차 잡지 못했고 타이밍을 잡은 그 순간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서 하늘에 별이 보였다. 그 때 처음으로 '이러다 응급실 갈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절대 술에게 싸움을 걸지 않는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해질수록 늘지 않는 술이 야속할 때가 많다. 술 친구가 없고, 술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 1년에 두 세번도 되지 않지만 술이 생각날 때면 늘 혼술을 즐긴다. 다른사람의 술의 속도와 정신을 함께할 수 없어서다. 아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술을 먹지 않고도 술을 마신 사람보다 더 이상한 행동은 많이 할 수 있다. 그래도 어느 날은 술을 먹고 기분 좋아짐과 기억나지 않음이 부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