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눈물자국없애기 프로젝트
산책조하!!!
크리스와의 산책에서 인생의 여유와 행복을 맛본 나는, ㅋㅋㅋ
매일매일 집앞숲길에 맹렬히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공기는 쌀쌀하고 나뭇가지들은 앙상하고 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다고나 할까. 우리동네에 이렇게 많은 개들이 있는지 몰랐다. 약간 새로운 사람과 연애하면 그 사람의 우주가 내 곁으로 온다는 그런 느낌 ? ㅋㅋㅋㅋㅋㅋㅋ 새롭게 열린 '견주의 세계'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온갖 종류의 반려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인들과 주고받는 덕담도 좋았다. 그러다 유독 날이 추웠던 어느날 오후, 한 할머니가 손자 둘을 데리고 공원에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의 성격이 좋지만은 않아서^^; 어린아이들을 보면 내가 먼저 피하는게 좋기에 이날도 목줄을 짧게잡고 옆으로 비켜서서 대기하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나와 크리스를 번갈아 빤히 보더니 질문을 했다.
"개 몇살?"
다짜고짜 묻는 반말인데다 차갑게 느껴지는 어투이기까지해서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두살이라고 답을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그 할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어머, 이게 어떻게 두살이야? 털이 하도 이상해서 노견인줄 알았네"
털이 이상하다는 게 무슨 말이었을까? 크리스가 왔을 때, 과하게 경계심과 불안함을 보여서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보호소 측에서도 곧장 미용을 하는 건 안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크리스는 털이 다소 길게, 그리고 막 자라 있었다. 게다가 크리스의 털 빛깔은 하얀색이 아니라 크림색이었다. 막 자라있을때는 마냥 예쁘지만은 않은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든 개들이 깜찍한 모습으로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말한걸까? 혹시 눈물자국 때문일까?
크리스를 처음 만났을 때, 아니 사실은 만나기전 봉사자분이 사진으로 보여줬을때도, 가장 보기 안좋았던 건 과도한 눈물자국이었다. 솔직히 나는 그 눈물자국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입양을 망설이기까지 했던 게 사실이었다. 씻겨보고, 그 부분을 조금 잘라줘봐도 그뿐 워낙 눈물자국이 짙고 깊어서 평생 사라지지않을 것처럼 보였다. 미관상 보기 안좋은데다가 '유기견이었다'는 생각까지 더 해지니 그건 마치 짙은 상처의 낙인처럼 느껴졌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매일 눈앞 털을 닦아주고 눈물이 배이지 않도록 털을 묶어주는 방법, 어차피 주인 보기에 안좋을 뿐이니 그냥 두는 방법, 눈물이 나는 것도 일종의 병일 수 있으니 영양보충을 해주는 방안, 약을 먹여서 눈물을 잡아주는 법 등이 나왔다.
병원에 찾아갔다. 질문을 하자마자 수의사는 약을 꺼내줬다. 약을 먹이는 건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망설이는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듯 수의사는 "인터넷검색을 믿지말고 의사말을 믿어라. 이 개는 발끝털들도 많이 변색되어 있어서 잠깐이라도 약을 먹이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나는 일단 약을 먹여보기로 했다.
약먹이는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어릴적 열감기하던 딸아이 약삼키게 하기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왜냐면 그때의 내 딸은 이가 아직 안났었는데, 크리스는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기 때문이다. ㅋㅋㅋㅋ첫번째 먹일때는 모르고 삼켰는데, 약이 썼는지 먹기 싫어해서 간식사이에 숨겨 힘들게 먹였다. 틈날때마다 눈가를 닦아주고 변색된 부분을 깍아주는 일도 계속했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를 약을 먹고, 크리스 눈물자국은 금새 좋아졌다. 장복하게 되면 생길 문제들에 대한 걱정으로 잔뜩 곤두서있던 나는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리불안 극복도, 눈물자국문제해결도, 모든게 너무 쉬웠나 싶어 크리스에게 감사하다. 지금 크리스 눈물자국은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 간혹 온가족이 오래 집을 비우면 눈물자국이 옅게 다시 생기는데, 그런걸 보면 크리스의 눈물자국은 진짜 슬퍼서 생겼던게 아닐까? -눈물을 흘리는게 진짜 슬퍼서뿐만은 아닐 것이고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짙었던 눈물자국이 깨끗하고 보송해진걸 보면, 크리스는 우리집에 온 후 눈물 짓는 날이 적어진 것 아닐까?그렇다면 예전보다 행복한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때면 크리스가 더 사랑스럽다. 사람은 자기때문에 행복하다는 이에게 더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는데, 내가 느끼는감정이 바로 그런게 아닐까싶다.
울지마 크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