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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youngjoo Feb 06. 2020

카페알바이야기-오픈근무편

이왕이면 봄여름에 근무하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 알바를 하려고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고 (당시의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육아에만 몰입하던 전업주부임에도 카페알바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카페 바리스타는 파트타임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오픈근무가 내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오픈으로 근무하면 아침 등교는 못시켜주지만 이미 등교를 혼자 하는 주변 아이들이 훨씬 많았기에 그건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였고,(물론 후에 가서 이것이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픈근무가 끝나면 낮 한두시 경이어서 전업일 때와 똑같이 아이를 챙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비교적 흔한 질병인, 스스로를 혹사시킬 때 마음이 흐뭇해지는 병이 내게도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더없이 보람찬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장 점장과 면접을 볼 때도 이점에 대해 먼저 말했다. 점장은 일이 손에 익는대로 오전에 고정해줄 것을 약속했지만 변동사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로 말을 아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픈근무는 많은 바리스타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였다.


오픈근무의 생명은 정확성과 신속성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카페 오픈준비자의 경우 필요한 것을 제대로 준비해두지 않으면 일이 어마어마하게 꼬이게 된다. 회사에서 오픈루틴에 대한 교육을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었고, 매장에서도 시험을 봐서 이를 외우게 했다. 출근전 테이크아웃고객이 많은 대형 프렌차이즈의 특성상 오픈루틴을 제대로 익히는 것은 그만큼 필수적이고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 루틴, 다들 비슷할 것 같지만 나름 사내비밀일 수 있으니 일반적으로만 얘기하겠다. (사실 좀 까먹기도 했다.)

먼저 출근을 하면 다시 문은 잠궈두고 작업복으로 환복한다. 내가 일한 곳의 경우 검정이나 베이지색 바지에 로고가 그려진 피케티셔츠를 기본으로 했다. 추운 계절에는 흰색이나 검은색 긴팔셔츠를 입어도 되지만 나는 안에서 일하다보면 더워지는 경우가 많았어서 거의 반팔피케티를 입고 근무했다.



문을 다시 잠궈두는 것 중요하다, 문이 잠기지 않았을 경우 동틀녁에 가까워지면 고객들이 오픈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컥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러면 촌각을 다투는 오픈업무에 차질이 생긴다. 그리고 이왕 들어왔는데 주문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화내는 고객들도 있다. 반드시 문을 다시 잠궈야 한다.


옷을 갈아입고 문도 제대로 잠궜다면, 그 다음으로는 오전 판매를 위한 부재료들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제빙기에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얼음들을 부숴 바에 소분해두고, 티백을 활용해 티음료를 제조하기 위한 베이스티도 만들어둔다. 그외 음료 제조에 필요한 모든 부재료 시럽, 연유 같은 것들을 말한다. 들을 준비한다. 커피기계를 세척하고 원두를 채우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외 셀프바에 시럽이나 우유, 물컵등을 채워두는 것, 티슈와 컵홀더를 챙겨두는 것등 별것 아닌것 같아도 삼십분내에 빠짐없이 하려면 제법 진땀이 나는 것들이 많다. 더 빨리 출근한 관리직급은 배달되어온 그날의 푸드들을 배열하고 재고정리를 하는 등 할일이 더 많다.


<오픈근무에서 제일 좋았던 점 >


오픈업무에서 제일 좋았던 점이 두 가지 있다. 사실 지금도 카페 알바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서 나쁜 기억, 좋은 기억을 분류해보자면 나쁜 기억은 온통 진상에 대한 분노고, 좋은 기억은 이미지로 두가지가 기억나는데 둘 다 오픈 근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하나는 새 원두를 개봉해 커피머신에 채우는 일이다. 싱싱한 새 원두를 개봉해 머신에 채우고, 드립커피용으로 소분을 할 때. 소분을 할 때 종이 필터로 중간중간 구분을 하기 위해 한번 내리는 분량 위에 종이를 덮는데, 그 종이에 살짝 번져가는 싱싱한 원두본연의 오일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아주 좋아졌었다.


나머지 하나는 그렇게 묵묵히 오픈 준비를 마쳐갈 무렵 동이 터오는 모습을 창밖으로 바라봤을 때이다. 내가 일했던 해 겨울 평균 일출시간은 일곱시경이었다. 오픈 준비를 마칠 때즘 고도의 집중으로 뻐근한 목을 들어보면 동이 터오는 하늘이 보였다. 그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카페오픈근무의 진실>


-이왕이면 봄여름에 근무하는 게 좋다.


쭉 이 일을 직업으로 택해 할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알바로 몇달만 경험할 예정인 사람이라면 이왕이면 봄여름을 택하는 게 좋다.  새벽에 일어나서 나가면 앞이 안보일 정도로 깜깜한 건 마음이 더 힘들어지게 하는 요인이었다.  


-시간활용 어차피 안된다.(=수면부족이 되거나 수면과다가 된다)


오픈근무를 하면 점심 이후부터 대략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같이 근무조인 다른 파트너들에게 오늘 퇴근하면 뭐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는데, 십중팔구 잔다고 말했다. 오픈을 하려면 각 매장 영업시작시간에 따라 상이하겠지만 어쨌든 매장 오픈보다 적어도 삼십분 앞서 출근해야한다. 관리직급은 한시간 먼저였다. 우리 매장은 일곱시에 오픈을 했고, 나는 여섯시반까지 출근을 해야 했다.매장과 집 거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도시가 다 잠들어있는 꼭두새벽부터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근무하던 그 해 겨울의 평균적인 일출시간은 일곱시 이후였다. 그렇지 않고 나처럼 혹은 다른 일과 병행을 하는 이들의 경우는 대략 좀비같은 상태로 다른 일 내 경우 육아 에 종사하다가 새벽이 되면 너무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기 십상이다. 서비스직의 경우 일하는 내내 서 있고, 잠시도 쉬지않고 남과 대면업무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육체적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내 경우 결혼 전 종사했던 내근직에서는 전날 밤늦게까지 일했을 경우 다음날 출근해서는 오전에는 잠시 미적대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서비스직 알바의 경우에는 그런 일의 완급조절이 개인에게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컨디션이 저하되기가 상당히 쉽다.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알바들이 오픈근무를 원한다. 다들 시간활용이 잘 되는 걸 최고로 치는 거겠지. 다만 대학생이 근무할 경우에는 야간을 원해서 고정이 되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 비교적 고정이 수월하지만 오픈의 경우에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물론 케바케일 수 있다. 아무튼 그래도 오픈이 다들 좋다. 왜냐하면, 뒤에 쓸거지만, 어차피 미들근무도 시간 활용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오픈의 경우 어린 아이 육아를 병행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아마 초인적인 정신력을 갖고 있다면 시간활용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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