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먹어본다!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어머니께서 입에 맞는 음식을 드셨을 때 입버릇처럼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생전 처음 먹어본다.”
그 말씀이 우리 가족에게는 한편으로는 기쁨의 순간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은 기적처럼 느껴지곤 한다. 어머니는 젊으셨을 때부터 입이 짧고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시다. 육십 년 가까이 부부로 함께 세월을 보낸 아버지마저도 어머니와 외식을 할 때면 어머니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고르시느라 긴장 모드에 빠지실 정도이다.
어머니와의 식사는 다섯 번 중에 한 번꼴로 성공을 이룬다. 그나마 이 성공률도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도전해 오면서 서서히 높아진 수치다. 그래서 어머니와 외식을 할 때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어떤 식당을 잡아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 어머니와 외식이 있을 때면 우리 가족은 어머니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매번 전략 회의를 열곤 한다.
“이번엔 뭘 먹어야 할머니께서 좋아하실까? 갈비? 탕수육?, 아니면 샤부샤부?”
“에이~, 다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 아니야?”
“그런가? 하하.”
지난번 생신 때의 일이다. 그날도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만한 메뉴를 고르기 위해 우리는 각자 스마트폰으로 음식과 맛집을 검색하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여러 가지 메뉴가 거론되었으나, 정하기가 어려워지자 난 가족들에게 또다시 메뉴를 제안했다.
“한정식 어떨까? 이것저것 다양하게 드실 수 있으니 아무리 못해도 반타작은 하지 않을까?”
“자기야, 지난번에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기억 안 나? 한정식은 음식만 많이 나오고 먹을 것도 하나 없다고 하신 말씀 말이야.”
“헐! 깜빡 잊고 있었네?”
“어머니 오리구이 좋아하시잖아. 이번에는 오리구이 드시자고 해봐.”
“그래? 구관이 명관이라고 한번 도전해 보자.”
어머니께서는 내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셨고,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모두 오리구이를 먹기 위해 종종 찾던 음식점에 가게 되었다. 늘 맛보던 오리구이 상차림이 준비되었고, 나는 붉게 타오르는 숯불 위에 오리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온 가족의 외식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생전 처음 먹어본다.”
식사를 모두 마치신 어머니께서는 감탄하시며 말씀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어머니, 오늘 오리구이 괜찮으셨어요?”
“그래. 아주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고맙다, 아들.”
어머니의 반응을 재차 확인하는 물음에 어머니께서는 고맙다는 말씀까지 덧붙이셨다.
‘앗싸, 성공이다! 역시 오리구이가 정답이야.’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처럼 어머니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렇기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마치 9회 말 투아웃에 만루홈런을 친 것 같은 성취감에 사로잡히며,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셨다는 그 한마디 말씀에 온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족들도 안도의 한숨과 웃음을 머금는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신 음식점 사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어머니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그 모든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어머니의 까다로운 입맛은 우리 가족에게 도전 과제이자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번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며 어머니의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셨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우리는 작은 성공을 이룬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음식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는다. 특히, 우리 가족에게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을 채우고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어머니의 한마디 말씀이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듯, 우리도 어머니께 작은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세월이 흘러도 어머니의 까다로운 입맛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도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맛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생전 처음 먹어본다는 그 한마디 말씀을 듣기 위해 우리 가족은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