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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21. 2023

다짐하며 보내는 하루

보고픔에 대하여

가을과 겨울엔 그 계절만에 공기가 있다. 찬 바람이 코끝을 타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다른 계절과는 다른 계절의 공기와 냄새의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 공기가 느껴질 때면 '아, 가을이 왔구나'라고 스스로 판단을 하게 된다. 계절은 그렇게 누군가가 선포하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고질병 같은 내 손과 발은 얼음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몸은 차가운 기운이 가득한데 마음은 여전히 냉정해지지가 않는다. 가을엔 감성적 이어진 다는 말을 어른이 되어야 깨달았고 그래서 이번에도 난 가을 탓, 계절 탓을 해보려 한다.



어떤 날은 사무치게 생각나는 말이 있다.

'보고픔.'



마음을 접어야겠다 굳게 다짐한 지 (천천히) 한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괜찮지 않을 때가 찾아온다.  

그 남자의 직업 덕분에 언제든 보러 갈 수 있는 명분이 있지만 몸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잘 참고 있는 중이었다. 보고 나면 또 보고 싶을게 뻔하니까. (아니다. 잘 참고 있다 말할 수 있는 걸까?)

 

일상에 쫓겨 지내다 보면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금지'라는 것이 더욱 갈망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 명분을 핑계로 보러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1시 1분, 2시 2분, 9시 9분,,, 이런 하찮은 우연함 법칙에도 그 사람을 떠올려본다.  그래서 매일매일 스스로 다짐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지나갈 거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걸 경험해 봤으면서 지금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 시간은 여전히 어렵다. 다른 방법에 대해 떠올려보다 다시 단념하기도 한다. 그 사람으로 인해 울컥했던 시간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상처만 준 그 사람이 나에겐 아프기만 하다.  


어떤 날은 본받고 싶은 당신의 모습을, 어떤 날은 당신의 멋짐을 어떤 날은 당신의 얄미움과 나쁨을 남기고 싶

었지만 당신을 향한 내 지난 이야기를 모두 알고도 모른척한 당신을 보며 난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당신이 내 연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선 안 됐다.


이토록 힘든 것을 그 사람도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다. (아니 어쩜 지금도)  그러나 그보다 이 가을 내가 매일매일 잘 다짐하며 지워나갔으면 좋겠다. 아직은 방법을 모르겠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시간이 더 지나기만을 바랄 뿐.


그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나면 모든 게 또다시 무너져버릴 것만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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