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3세 딸아이와 약속했다. 난 안 혼내고 딸은 말 잘듣기로
주말간 아내한테서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랑 놀면 재미있는데, 자꾸 혼나서 엄마랑 노는게 더 좋다는 것이었다.
아빠의 변명을 잠시 하자면 나는 딸래미를 창의적이지만 안하무인인 스티비잡스처럼 위대할 뿐 힘든 인생을 살아갔던 키울 생각이 없다.
특히나 내가 봐 온 세상에서는 오냐오냐하며 자란 절제 안되는 무법자 같은 아이는 좌충우돌하며 피곤한 삶을 살아가는 반면 적당히 절제하며 잘 자란 행복한 아이는 나름의 원칙과 규율안에서 둥글둥글하게 피곤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더라.
그렇다보니 아이의 소소한 습관들이 커서는 아이를 편안하게 만들꺼란 생각에 기본 생활 습관중에서 나쁘게 생각되는 것들은 지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기존 딸바보 아빠들에 비해서는 좀 더 엄격했던것 같다. 그렇다고 아이가 눈치보며 어려워하는 아빠로 남기는 싫어서 놀때는 다 내려놓고 신나게 함께 자주 놀았다.
그런데, 주말간 아이가 한 이야기를 엄마를 통해 듣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이전 세대가 그러했듯 아이를 위한 답시고 네거티브한 방식으로 훈육하고 잔소리 하면서 엄격한 아빠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포지티브한 말랑말랑한 다정다감한 아빠가 꿈이었는데, 어느덧 나도 우리 부모님 세대가 나에게 해왔듯 그렇게 행동하는 나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만 3세 딸아이와 약속을 해보기로 했다.
아빠가 혼내는 이유는 말을 안들어서인데, 말을 잘 들으면 혼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아이는 밝은 표정으로 끄덕거리며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것은 아빠도 틀릴수가 있으니 그때는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다. 사실 만 3세 밖에 안된 딸이지만, 아빠의 요구나 혼내는게 부당하거나 이해되지 않으면 뾰루퉁 하기도 한다.
종종 바닥에 지워지는 색연필로 같이 낙서를 하곤 하는데, 지울때 너무 손에 묻히길래 말했다가 결국에는 시과했다. 아이입장에서 "씻으면 되지"라는 말에 바로 사과를 한 것이다.
아이의 표정에는 "내가 애도 아는데, 뭘 구지 이런걸 얘기하고 그래"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득 너무 아이처럼 대하면 점점 더 아이가 될듯하여 그냥 언니(아이 입장에서는 어린이까지는 아니지만 엄청 큰 존재의 표현)대접을 해주기로 했다.
그러한 신뢰가 생기게 된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주말에 종종 패드로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주는데, 피자를 만드는 app을 참 좋아한다.
갑자기 오더니 그 app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아이의 방을보니 난장판이다. 치우고 노는 습관을 길러주고픈 욕심에 치우면 보여주겠노라고 했다.
기존에 정리하라고하면 힘들다는 이유로 같이 정리하자고 어필했었고, 엄청나게 잘 정리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었다.
그런데, 피자 만드는 app의 놀라운 위력을 마주하게 되었다. 평소 "뭘 잘하면 app하게 해줄께"라는 딜을 아내가 안 좋아해서 가급적 안쓰려고 노력하는데, 이 날은 딜이고 뭐고 신세계를 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