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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a Sep 25. 2024

그의 글투에서 그가 보인다 (5)

- 글투와 인간성의 상관관계 (하편) -



# 글발을 이용하다

회사에서 M이 인정받는 이유는

상부 조직이 좋아할 만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M은 영민해서 상부 조직의 니즈를 잘 파악한다.

오로지 자기 공과 자기 성과만이 우선인 사람이

아래 직원의 말과 감정을 잘 헤아릴 거 같은가?


누가 자신의 업무 방식이나 기획 내용에 대해

건의를 하면 자신에 대한 반기라고 여긴다.

그런 가당찮은 옹졸한 생각으로 복수까지 하는 M.

그 직원을 공 세울 만한 업무에서 제외시키고

불이익을 주는 거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타인을 복종시키는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다.

내가 M글의 의도와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신의 말과 글이 논리 정연할 뿐 아니라,

많은 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M.

그에게 글쓰기와 제작이란,

많은 이들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권력 수단처럼 보인다.


편협한 시각인 줄도 모르고

그가 자부하는 자신만의 뛰어난 논리력.

그에게 말발과 글발은 어떤 의미일까?

결국 자신의 결함을 감추고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모두를 자기 발아래 놓으려는

지배력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그 근거는 그의 글에 있다.


문장 하나의 논리력은 완벽할지 몰라도,

전체 글에는 논리력이 없기 때문이다.


다 보고 나면, 딱 한마디 떠오른다.


빈 수레가 요란하구나.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뭐지?
대체 뭔 말이 하고 싶어서
위대한 서사물처럼 장황하게 펼쳐 놓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거지?


이게 순전히 나만의 평가라면

나의 시각이 편협한 거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하는 말이다.

쉴 새 없이 요란하게 떠들어대는데,

보고 나면 여운이 아니라 진이 빠진다는 거다.



# 자뻑 인간의 완벽한 세상. 완벽한 글

왜 뭐가 없으면서,

뭐가 있는 것처럼 잔뜩 부풀릴까?

참, M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M의 세상에서 M은 누구보다 완벽하다.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를 보자.


[과대형 나르시시스트의 특징]

-눈에 띄게 자신의 성취와 능력을 높이 평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믿음.
-어디를 가든지 특별 대우를 받길 기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하고 질투한다고 믿음.


M이 불평불만을 악의 축이라고 단정 지은 이유를

이젠 알 거 같다.

이러한 자신의 논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이유도.


M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주위에서 높아지자

자기 보호를 위한 방어 기제가 발동한 거다.

자신은 잘못한 게 하나 없는데,

이를 질투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잘못된 거다.

내가 얼마나 억울한 상태인지,

그리고 내가 옳다는 걸 어떻게든 알려서,

나의 결백함을 증명해야 되지 않겠는가.


자기가 옳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M.

자기 말을 이해 못 할까 싶어 계속 설명하는

그의 속마음을 상상해 봤다.



나보다 덜 똑똑한 이 사람들은
한 번에 못 알아들으니까
반복해서 설명해 줘야 된다.
잘 듣거라.
뭐가 정의인지 너희는 잘 모르니
친절하게 하나하나 잘 짚어 주마.


그의 인간성을 이해하니

그의 글투가 왜 그런 건지,

완벽히 이해됐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해야 되는 사람,

결함 없이 누구보다 뛰어나야 되는 사람.


M의 글투가 과장되고 부풀려지는 이유가

그의 인간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뭐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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