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투와 인간성의 상관관계 (상편) -
# C에게...
요즘 C가 제법 글에 자신감이 붙은 눈치다.
내게 내민 글을 보니,
온갖 화려한 장식이 달려 있다.
하지만 너무 치장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글의 목적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혹여 나의 설익은 지적에 사기가 떨어질까
조심히 입을 열었다.
문장력이 점점 좋아지는 거 같아요.
C님의 장점은 무엇을 말해야 될지를
잘 안다는 거예요.
기분 좋게 하려고 한 말이 아니다.
C는 기술이 아직 농익지 않아서 그렇지,
뭘 말해야 될지 안다.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이슈의 핵심이 무엇인지
집어내지 못하는 작가가 의외로 많다.
핵심 언저리만 빙빙거리다 끝내는 거다.
자신에게 어떤 강점이 있는지도 모르는
C에게 말했다.
글을 멋있게 쓰려고 하지 말고
명확하게 쓰려고 해 보세요.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먼저고,
꾸미는 건 그다음이에요.
C가 겉멋에 치중해
자기 재능을 십분 살리지 못할까
조언을 건넨 거다.
글은 꾸밈보다 진솔함이 먼저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이 중요성을 간과하면 자칫 알맹이는 없고
요란하기만 한 글이 될 수도 있다.
바로 M의 글이다.
# M의 글 속에서…
M은 나의 다른 브런치북에 등장하는 M과장이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자지만,
오로지 자기 공을 세우기 위해
주위 소리로부터 귀를 막고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문제 제기를 하는 과원들 앞에서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M.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진면모가 그의 글에도 드러난다.
우선 그의 글 기술은 나무랄 데가 없다.
문장 구조는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성을 추구한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며,
탁월한 단어의 선택이며,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목적성이
명확하게 읽힌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문장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만큼 군더더기 없이
잘 정돈됐다는 말이다.
분명 글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너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했을까?
글 전체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모든 내용이 다 강렬해서
정작 제일 강조해야 될 절정에선
클라이맥스의 쾌감을 느낄 수 없다.
하나 더,
M의 글은 형식의 완벽함을 취해
모든 걸 강조할 뿐 아니라
자기가 강조하는 걸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앞에서 분명 설명했는데도,
보는 이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또 설명한다.
그것도 다양한 사례를 뷔페처럼 차려 놓고
작가의 논점을 반복적으로 주지 시킨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그의 집요함에
뒤쯤 가서는 보는 이가 포기한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제 그만 말해!
알아들었다니까?
그의 글투엔 왜 이리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걸까?
그의 글투에서 그가 보인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늘 사방을 경계하며
자신을 지키는 M의 불안한 모습.
# M의 모습에서 기인한 M의 글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은수 님이 연구한
나르시시스트의 5가지 특징.
[나르시시스트 특징]
1. 죄책감보다 수치심을 잘 느낀다
2. 부정적인 감정을 분노로 나타낸다
3. 주변 대상자들에게 강력한 질투심을 느낀다
4.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질투한다고 믿는다
5.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흔든다
이 모든 특징을 갖고 있는 이가 M이다.
그가 평소에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왜곡하고,
자기 성과를 위해 아랫사람을 어떻게 착취하는지는
나의 다른 브런치북에도 설명돼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위해
타인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이 가스라이팅을 하는 이유는
사실 내면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못이나 결함이 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엄청난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자신에겐 잘못이나 결함이 없다고
믿고 싶어 한다.
결국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위해선
모든 잘못이 상대에게 있어야 하며,
잘못 없는 자신을 지적하는 상대는
자신을 질투하는 거라고 믿는다.
이 모든 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유리 벽을 치고 자기 성에 갇혀
누가 자신의 결함을 들추어낼까 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이게 현재 M의 모습이며,
M의 글이다.
누구의 지적도 용납지 않겠다는 듯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문장의 완벽성은
바로 M의 내면에서 기인한 거다.
(下)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