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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a Nov 13. 2024

귀족 드레스 앞에 떨어진 시위 전단지

[ 美drama 브리저튼에 대한 단상 (3) ]

ENGLAND Expects every Man to do his D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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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eting in Spa Fields
Takes Place at 12 o'clock
On Monday, December 2nd. 1816
To receive the answer of the PETITION to the PRINCE REGENT,
determined upon at the last meeting held in the same place,
and for other important Considerations

THE PRESENT STATE OF GREAT BRITAIN
Four Millions in Distress!!!
Four Millions Embarrassed!!!
One Million-and-half fear Distress!!!
Half-a-million live in splendid Luxury!!!
Death would now be a relief to Millions –
Arrogance, Folly, and Crimes – have brought affairs to this dread Crisis.
Firmness and Integrity can only save the Country!!!

영국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무를 다할 것을 기대합니다.
스파 필드에서의 회의는 1816년 12월 2일 월요일
오후 12시에 개최됩니다.
지난 모임에서 결정된 대로, 왕세자에게 제출된 청원의 답변을 받고
기타 중요한 사항을 위해서입니다.
영국의 현재 상태는
400만 명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400만 명이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150만 명이 고통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50만 명이 화려한 사치 속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죽음이 수백만 명에게는 구원이 될 것입니다 –
오만, 어리석음, 범죄가 이 끔찍한 위기에 이르게 했습니다.
오직 단호함과 정직만이 국가를 구할 수 있습니다!!!


위 공고문은

1816년, 변화를 촉구하는 영국의 급진 지도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광고하는 시위 전단지 내용.

영국의 민낯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경제 대국을 이루었지만

부와 영광은 산업 자본가와 귀족 등

일부 특권가들만 누리고,

서민들에겐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빈부 격차와 계급 차별의 심화로

대부분은 고통과 어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긴 노동 시간과 낮은 임금이 일반적이었던

400만 명의 하층 노동민 들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사치 속에 살고 있던 50만 명.

바로 드라마 브리저튼에 나오는 귀족 가문들이다.

하마터면 드라마에서 목격했던 이들의 사교계 일상을

영국 전체의 모습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부풀어 오른 드레스를 매일 새 걸로 갈아입고 나오는

귀족 아가씨들을 보며,

옷장이 얼마나 큰 걸까 생각했다.

옷 방이 몇 개 따로 있지 않으면

수용 불가능한 옷의 부피다.

속은 또 어떠한가.

안에 받쳐 입는 코르셋까지,

누가 입혀주는 걸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입기 여간 까다로운 옷들이 아닐 수 없다.

하긴 번거로움이 문제 될 것도 없다.

옆에 수발드는 하인이 항상 붙어 다니니까.


매일 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서는

어여쁜 귀족 아가씨들.

뒤에서 코르셋 끈을 쫘악 당겨주는 손길이

항시 대기 중인 그녀들은 알까?

눈보라 매서운 한파를 누더기 하나로 견디는

성냥팔이 소녀의 비애를.


당시 심각했던 아동 노동의 실태를 담은 동화 '성냥팔이 소녀' (1845년,  안데르센 作)



돈도 힘도 없는 하녀에게 유행 지난 드레스라며,

투정 부리는 귀족 아가씨들.

자신의 드레스 가격이 얼마인지 알기는 할까.

그 옷이 그 옷 같아 보이는 드레스를

형형색색 잔뜩 가지고도

사교철만 되면 귀족 아가씨들은

양장점에서 경쟁하듯 새 드레스를 맞춘다.

돈 많고 명망 높은 이성에게 잘 보여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가야 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콧대 높은 귀족 아가씨라도

한 남자에게 자신의 생을 걸어야 되는

여인의 처지가 한편으론 딱하기도 하다.

기울어져 가는 가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마흔 살 차이 나는 돈 많은 귀족에게 시집을 가기도 한다.

먹고사는 걱정 대신 다른 걱정을 안고 사는 거다.

이들은 대궐 같은 저택의 크기만큼이나

마음도 허해져서

빵만으론 살 수 없다고 계속 생각할 거다.

하지만 배가 부르면 얼마든지 외칠 수 있는 말.

빵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랑 대신 돈을 택한

여인의 운명도 기구하지만

지금 당장 먹을 게 없어 죽어 나가는

처참한 빈민가 생활에 비할 수 있을까.


한껏 치장한 귀족 남녀들이

한가로이 호숫가를 거닐며

데이트에 사활을 걸고 있을 때,

영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던

서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폭동의 종류를 검색해 봤다.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대표적 시위 및 폭동] by ChatGPT

-스파필드 폭동 (1816): 정치적 개혁과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대규모 집회가 폭동으로 발전.
-리버풀 폭동 (1812): 식량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으로 발생한 서민들의 폭동.
-해럴드 폭동 (1831):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일어난 폭동.
-차티스트 운동 (1838-1857): 정치적 권리와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운동.
-클래드 폭동 (1839): 경제적 고통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일으킨 시위.
-메리 너 사건 (1830): 식량 가격 상승에 대한 반발로 발생한 노동자들의 폭동.
-프리드리치 폭동 (1831): 열악한 근로 조건에 대한 불만으로 일어난 폭동.
-노르퍽 폭동 (1830): 농업 변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발생한 시위.
-리틀폴 폭동 (1816): 노동자들이 고용주와 정부에 항의하며 발생한 사건.
-잉글랜드 중부 폭동 (1830): 경제적 불만으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
-노팅엄 폭동 (1831):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임.
-맨체스터 폭동 (1819): 피터루 학살로 알려진 사건으로,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가 경찰에 의해 진압됨.
-사우샘프턴 폭동 (1830): 농민들이 농업 위기에 반발하여 시위를 벌임.
-케임브리지 폭동 (1821):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발생한 폭동.
-조지아 거리 폭동 (1839): 런던의 조지아 거리에서 노동자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임.
-화이트채플 폭동 (1834):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에 대한 항의.
-리치먼드 폭동 (1839): 노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반발하며 발생한 사건.
-블랙번 폭동 (1837):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옴.
-버밍엄 폭동 (1831): 산업 도시에서의 불만이 폭발한 사건.
-카디프 폭동 (1831):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며 발생한 시위.
-그로스먼 폭동 (1831): 경제적 불만으로 인해 발생한 지역 시위.
-에든버러 폭동 (1820): 노동자들이 권리를 요구하며 일어난 사건.
-레스터 폭동 (1831): 저임금과 노동 조건에 대한 반발.
-서리 폭동 (1830): 농민들이 농업 위기에 항의.
-워터포드 폭동 (1828): 노동자들이 경제적 고통에 반발.
-요크 폭동 (1826):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
-맨 섬 폭동 (1831):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 조건에 대한 불만을 표출.
-스토크 폭동 (1842): 산업 지역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시위.
-에버딘 폭동 (1834):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항의.
-노스햄프턴 폭동 (1831):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
-디킨슨 사건 (1831): 노동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며 일어난 시위.
-카너 폭동 (1848): 정치적 불만이 폭발한 사건.
-포츠머스 폭동 (1815): 전후 경제적 불안정과 식량 가격 상승에 반발한 폭동.
-플리머스 폭동 (1820): 실업과 고통스러운 생활 조건에 대한 서민들의 저항.
-맨스필드 폭동 (1831):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에 대한 불만으로 일어난 폭동.
-캐스터 폭동 (1832):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발생한 시위.
-워킹턴 폭동 (1839): 경제적 고통에 항의하며 일어난 대규모 시위.
-브래드퍼드 폭동 (1842): 산업 노동자들이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일어난 폭동.
-홀 폭동 (1841): 임금과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폭력 사태로 발전함.
-셰필드 폭동 (1832): 노동자들이 경제적 불만을 표출하며 일어난 사건.
-카스트리 폭동 (1839):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인 사건.
-베드포드 폭동 (1831):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발생한 폭동.
-윈체스터 폭동 (1839): 경제적 어려움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
-케틀링 폭동 (1839): 열악한 근로 조건에 대한 저항이 폭동으로 이어짐.
-쇼어디치 폭동 (1836): 노동자들이 생계 문제에 항의하며 발생한 사건.
-햄프셔 폭동 (1830): 농민들이 불만을 표출하며 일어난 시위.
-세인트앨번스 폭동 (1839): 노동자들이 경제적 고통에 대한 항의로 일어난 사건.
-스왑슬리 폭동 (1830): 농민들이 경제적 불만으로 일어난 시위.
-런던 폭동 (1848): 정치적 불만이 폭발하며 일어난 대규모 시위.
-햄턴 폭동 (1831):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반발하여 일어난 폭동.
-리치필드 폭동 (1842): 노동자들이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임.
-랭커셔 폭동 (1842): 산업 노동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반영한 폭동.
-세틀 폭동 (1841):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일으킨 시위.


너무 많아 대표적인 사건만 정리하겠다며

쭉 써 내려간 ChatGPT.

사교계 소식은 빠삭하게 줄줄 꿰고 있으면서

서민들의 사활에 대해선 단 한 줄도 언급 안 한

레이디 휘슬다운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어느 평화로운 가문의

저녁 일상을 상상해 봤다.

장작불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실내 난로가 앞에서

사랑하는 아이에게 명작 동화를 읽어주는

어느 우아한 귀족 어머니의 모습을.

동화 제목은 ‘성냥팔이 소녀’다.


양장점이 빼곡히 모여 있는

활기찬 런던 거리의 일상도 상상해 봤다.

혼기가 찬 젊은 아가씨들이

분내를 풀풀 풍기며 양장점을 드나든다.

온종일 몇 개의 양장점에서

옷을 맞추느라 지친 어느 아가씨가

잠시 야외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른다.


그때 살랑거리는 바람결을 따라

아가씨의 드레스 위로 종이 한 장이 떨어진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지인 줄 알고

반갑게 종이를 주워 드는 여인.


굴뚝 청소를 하다 질식사한

4세 아동의 사망 소식이 적혀 있다.

기저귀 뗀 지 얼만 안 된 아이까지

노동 시장에 내몰리는

비참한 현실을 규탄하고,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전단지다.

난생처음 보는 이야기에

두 눈을 끔벅대는 귀족 아가씨.


'이건 어느 세상 이야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주행 했던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들.

당시 영국의 사회적 배경을 모른 채

감독판 이야기에 푹 빠져 감상했다.


곧 다음 시즌이 나올 예정이라던데,

역시나 드라마 삼매경에 빠지겠지만,

이번엔 좀 내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내 머릿속에선

감독판 편집에 나의 편집이 더해질 수도.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브리저튼 가문의 나머지 형제들이

진정한 자신의 반쪽을 찾아

여기저기 무도회장을 들어설 때,

나는 화면에 담기지 않은

또 하나의 장면을 떠올리는 거다.


저 멀리 무도회장 밖에서

하나 둘 모여드는 성난 군중들.

무도회장에서 흘러나오는

즐거운 웃음소리와

우아한 클래식 연주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양손에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있는

군중들의 눈빛은 일제히 무도회장을 향해

이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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