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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a Nov 27. 2024

신의 의도를 이용하는 자들의 이야기

[ netflix 지옥에 대한 단상 ① ]


어느 날부터 시작된 지옥행 고지.

별안간 어느 사람 위에 나타난 거대한 혼령이

몇 날 몇 시에 죽을 거라고 지옥행을 고지한다.

고지한 그날 그 시가 되면 지진 같은 굉음을 내며

일사불란하게 나타나는 지옥의 괴물들.

그냥 순순히 지옥으로 데려가면 좋으련만

인간을 사정없이 패대기치다,

피를 철철 흘릴 때 지옥 불로 소각시킨다.

지옥에 들어가기도 전에 무참히 폭력을 당해야 되는

지옥 맛이 더 공포스럽다.

그리고 이 불가사의한 미스터리 때문에

이 땅은 점점 지옥이 되어간다.


인간의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던가.

대중들이 실체를 알 수 없는 일에 두려워 떨고 있을 때,

그 무지에서 한 발자국 나와 이 상황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다.

무지에 해석을 더해, 통제하려는 자들이다.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은 대중들의 물음표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응한다.


신은 왜 지옥을 고지하는가?
그 사람은 왜 지옥 고지를 받는가?


새진리회가 해석한 신의 의도는 단순했다.

고지를 받은 자들은 죄를 지은 자들이며,

신은 지옥 고지를 통해 인간이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다는 거다.

새진리회의 해석에 대중들은 동요되기 시작했고,

새진리회를 광적으로 추종하는 단체도 생겨난다.

이름하여 화살촉.

이들은 고지받은 자들의 신상을 털어

공개 심판을 서슴없이 벌인다.

고지받은 자의 가족들까지 졸지에 죄인으로 만들어

사회적 낙인을 찍는다.

새진리회를 비판하는 자들을 거침없이 응징하는 것과

고지받은 죄인을 폭행하는 것엔

신의 의도를 대행하는 거라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새진리회의 해석은

거짓이라는 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실은 새진리회를 만든 정진수 의장 역시

20년 전 지옥행 고지를 받은 상태였다.

고지받은 자들을 정죄한 교주 역시

자신의 교리대로 정죄당해야 할 죄인이었던 셈이다.

또한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는 신생아가

지옥 고지를 받는다.

갓 태어난 아기가 무슨 수로 죄를 짓겠는가.


그렇담, 신의 의도를 이용한

정진수 의장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정진수의 시연 당일, 그를 쫓던 경찰 진경훈의 반문에

정진수는 이렇게 답한다.


진경훈 : 뜯겨 죽을까 봐 무서워서 선하게 사는 걸 정의라고 할 수 있나요?

정진수 : 공포가 아니면 뭐가 인간을 참회하게 할까요? 공포 때문에 더 바르게 살 수 있고, 공포가 세상을 더 정의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죄인을 응징하고 정의 구현을 통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담, 그의 의도대로 세상은 정의로워졌을까?

아니, 그 반대다.

흡사 중세 마녀사냥이 되살아난 듯

사람들은 서로를 정죄하는 것에 혈안이 돼

법적 통제가 통하지 않는다.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직접 심판하는 판국에

사법 시스템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늘날 신의 의도를 이용해 신도들을 현혹하는

여러 사이비 종교를 보자.

어디 상식이 통하고, 사법 통제 아래 있을 수 있던가.

신의 의도를 해석할 줄 아는 교주가 곧 법이다.


신의 의도를 이용해 먹는 자들은

새진리회뿐만이 아니다.

정무수석 이수경 역시 신의 의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나라의 안정을 꾀하고 국민들을 통제하고자 한다.

사법 제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지옥행을 고지받고 죽었던 박정자가 다시 살아 돌아오자, 그녀를 이용해 새로운 신의 의도를 만들어 통치 이념으로 삼고자 하는 거다.

그 정치 시나리오를 정리하는 행정관들에게,

이수경은 성공 전략을 코칭한다.


굉장히 짧고 강렬하면서도
굉장히 훌륭한 말 같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알아먹기 힘든 뭐 그런 말.

말이라는 게 원래 아리까리하고 아사무사하고
그러면서 어디다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말들이
오래 살아 남아요.
절대 이해시키려고 하지 마세요.
이해되는 말들은 분석당하게 돼요.
분석당하기 시작하면
경외의 대상이 될 수 없어요.



사이비 교리들의 특성을 심층 분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지적이다.

이수경의 멘트를 듣고 나의 측근 인물이 떠올랐다.

그 어르신의 말과 태도가 늘 이렇다.

내 ‘직장 인생’ 연재글과 ‘글투’ 연재글에 나오는 Y다.

늘 아리까리하고 아사무사한 말과 태도로

한 조직에 정말 오래 살아 남고 있는 중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어디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말과 행동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잘도 빠져나간다.

어떤 상황에도 갖다 붙일 수 있는 말만 내뱉으니,

주변에서 그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리가 있을까.

그래서 늘 일이 꼬이고 오해가 발생해서

그걸 수습하느라 주위 사람들만 힘들다.


결국 신의 의도를 이용해 먹으려는 종교, 정치권의 지도자들이나 Y 같은 한 조직의 머리들은 한 맥락 안에 있다.


어떻게 민중들을 내 입맛에 맞게
통제할 것인가?


그래서 저들은 자신의 진짜 의도가 드러나선 안 된다.

그 속내를 알게 되면

이용당한 민중들이 가만있겠는가.

저들이 말과 행동을 아리까리하고 아사무사하게 하는 것은 전략이다.






넷플 ‘지옥’에서 가장 빌런은 지옥의 사자들일까?

그리고 정말,

지옥의 사자들이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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