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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ul 17. 2023

한 여름의 오후

휴일


한 여름의 오후


독립을 한 후 가장 달라진 건 휴일의 일상이다. 

늦게까지 이불속에서 잠을 자다 엄마가 밥 짓는 소리에 잠이 깨고 투정 가득한 말투로 무장한 채 눈을 비비며 억지로 밥을 밀어 넣던 그 휴일은, 출근 시간에 맞춰진 생체리듬 덕분에 일찍이 눈이 떠진 것에 억울해하다 하얀 빨래 바구니를 먼저 세탁기에 밀어 넣으며 시작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순차적으로 돌리며 쌓인 음식물과 분리수거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다 보면 어느새, 정오가 훌쩍 넘은 늦은 오후가 되어있다. 내일 출근이라니-

이때쯤 낮잠을 자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이 시간이 뭐라고 아까워서 빈둥대다가 낮잠을 잘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뭐라도 특별히 하며 좋을 텐데 늘 이렇게 어수선하고 재미없는 휴일을 반복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 재미없는 날들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아닐까? 바쁘게 출퇴근하며 일하는 한 주를 정리하고 또 다른 한 주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반이 되는 시간이 아닐까. 살다 보면 재미없고 지루한 반복적인 것들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심지어 필수적으로 그 과정이 필요하다. 재미가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고 재미가 없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삶이란 이 지루함과 재미없음이 없다면 성취와 즐거움도 얻을 수 없다. 


두 번째 빨래가 돌아가고, 여전히 건조기는 바쁘게 일하는 중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공간을 쾌적하고 숨을 쉴 수 있게 나름 노력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공간을 너머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말이다. 그러다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은 나를 그 너머로 보내줄 진정한 자유의 행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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