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우울함에 잠식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차를 타고 친구의 집으로 향하는데 문득 바라본 창문 밖 하늘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보라색 같기도 하고, 푸른색 같기도 한 색상이 뒤섞여 아름답게 펼쳐져 있더라. 그렇게 예쁜 하늘을 얼마 만에 보았는지. 순간 내 삶에는 아직 보지 못한, 앞으로 볼 수 있는 예쁜 하늘색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있을지 궁금해졌다. 그 하늘색들을 보고 싶어서 좀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살고 싶어진 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너무 거창한 꿈을 안고 살아서 지친 것은 아닐까 싶었기에, 나를 살고 싶게 하는 순간이 궁금해졌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약 3개월 정도 기록했는데 내용은 정말 별것 없더라.
꼭 가보고 싶었던 록 페스티벌을 아직 가보지 못해서, 그림을 배워보고 싶어서, 입어보고 싶었던 옷을 아직 못 입어 보아서, 반려동물을 키워보고 싶어서, 엄마 아빠와 스페인 여행을 가고 싶어서.
기록하고 보니 삶의 이유가 거창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저 하루라도 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손을 마주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한 끼 더 하는 것이면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이후 우울해질 때면 기분이 아닌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그러면 살아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감각은 살아 있어야만 느낄 수 있으니까. 좋은 노래를 듣고, 좋은 향기를 맡고,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들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것. 이런 작은 즐거움들이 아쉬워서 살아보고 싶어졌다. 아쉬움이 남아있는 한 어쨌든 살아 있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