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조조영화를 보러 가려고 마음먹은 날 늦잠을 자고 말았다. '오늘도 이렇게 생산적이지 못한 하루를 보내겠구나' 했는데, 오후 2시쯤 문득 산책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나라면 '이미 하루의 절반이 지나갔는데 이제 나가서 뭐 하나'하고 생각했겠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다.
'늦잠을 잤다고 해서, 영화표를 취소했다고 해서, 이미 2시가 넘었다고 해서 외출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일단 움직여보자 하는 생각에 대충 세수를 하고 아무 옷이나 껴입고 가방에 노트와 지갑을 쑤셔 넣고는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 목적지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내가 그동안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구나 싶더라.
이사 온 곳은 시골이라 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가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막상 걸어보니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편의시설들이 많았다. 항상 가고 싶었지만 지도만 보고 너무 멀어서 가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던 카페들은 모두 걸어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걷는 동안 바라본 풍경도 마치 외국에 온 것처럼 색달랐다. 사람은 마음가짐에 따라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나더라.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며 걸으니 정말 해외에 있는 어느 고즈넉한 시골 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한 시간 정도 정처 없이 걷다 힘이 들어 눈앞에 보이는 아무 카페나 들어갔다.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 카페도 아닌 조금은 예스러운 분위기의 오래된 카페였다. 검색도 하지 않고 방문한 것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카페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멋있었고 카페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도 너무 맛있었다.
원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충동적인 하루를 보냈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계획하지 않은 일에서 만난 의외의 행복이 이런 것일까? 인생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또 다른 길에서 뜻밖의 행복이나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