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도면 나쁘지 않아요.
난 과연 선택받을 수 있을까?
"선생님, 00이가 어제 온 강사님이 우리 담임선생님이면 좋겠대요."
아들 졸업식 참석 때문에 우리 반에 강사님이 하루 오셨었는데, 아이들 마음에 쏙 들었나 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얼마나 수업을 재밌게 해 주셨으면 애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까?'
이해는 가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마음에 미세한 실금이 간다.
"어제 좋은 선생님이 오셔서 다행이다. 너네들이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니 감사한 일이네. 5학년때는 마음에 드는 선생님 만나길 바랄게."
진심이었다. 선생님이 학생을 고를 수 없듯이, 학생도 선생님을 고를 수 없으니. 서로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수밖에. 나도 매년 우리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길 바라니까.
그러고 한참을 잊고 있었다. 딸이 졸린다며 책을 읽어달라고 하기 전까진 말이다.
"엄마 책 읽어 주세요. 페인트!"
요즘 아들이 빠져있는 이희영 작가님의 책. 재밌다고 동생에게 추천해 준 책이다. 첫 장을 읽기 시작하자 딸의 질문이 쏟아진다.
"엄마 제누가 뭐야? 사람이야? 로봇이야?"
글쎄...
시작부터 알쏭달쏭.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빠른 전개.
주인공은 제누 301.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 국가가 키우는 아이다. Nc소속... 지금으로 말하면 국공립 고아원??!!!
아이를 바라는 부모들은 NC에서 아이를 골라 입양하고, 부모와 안정적인 가정을 원하는 NC 아이들 역시 부모들의 면접을 보고 선택을 한다. 참 합리적인 시스템 같기도 하지만 페인트(parent's interview)라 불리는 부모 면접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던 딸이 잠들었지만 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불편함과 호기심을 가득 담고 책장을 계속 넘겼다.
'만약 이 책에서 처럼 부모를 선택해서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선택받을 수 있을까?'
'내가 아이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아이를 골랐을까?'
부모 자식 관계는 천륜이라고 생각했는데,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보통의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그냥 태어나 봤더니 우리 엄마, 아빠. 맘에 들던 안 들던 받아들임의 영역이었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 아이를 가지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선택권이란 없다. 내가 낳았으니 그냥 내 아이인 것이다. 현실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지만 페인트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아들, 네가 제누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어른이 되기 전에 부모를 선택하지 않으면 평생 NC 고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데...."
"나? 당연히 엄마 따라가지. 엄마는 적어도 싫다는데 강요하진 않잖아. 엄마 정도면 나쁘지 않아."
"그래? 나쁘지 않아. 위로가 된다."
아이도 나도 선택지가 없었기에 서로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올해 새 학기에 만나게 되는 아이들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해야지. 나도 그 아이들도 서로를 선택한 건 아니니까. 우리 아이가 만나게 될 친구들과 선생님도 좋은 사람들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