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좋을 거야.
참 평화로운 시간이다.
아이들은 학원 가고 나는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가 보인다.
'애들 배고플 텐데, 붕어빵 사다 주면 좋아하겠지?'
뜨끈한 붕어빵 봉지를 들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들, 오늘 엄마 붕어빵 사간다~ "
"와~ 많이 사 오세요."
"참, 아까 학교 가서 중입배정 통지서는 잘 받아 왔지?"
"네, 근데 저 00중이래요."
"뭐? 어디?"
"00중이요."
"왜? 너만?"
"몰라요. 안 물어봤어요."
"아니, 어떻게? 말도 안 돼."
붕어빵의 온기도 나의 당황스러움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한숨.
아슬아슬하던 초등학교도 무사히 졸업했으니, 3월에 중학교에 적응만 하면 되겠다며 마음 놓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바로 옆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할 수 있어서 선택한 집. 구도심이라 집이 낡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바가 분명했기에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학교에 가야 한다니!
너무 담담한 아이의 목소리에 배정 통지서를 내 눈으로 확인해야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건네받은 통지서에 적힌 00중.
"정말이네...."
동네에서 매년 한두 명, 그 학교로 배정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너무 소수라... 우리 아이가 갈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다.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 가슴에 묵직한 돌이 들어앉은 것처럼 무거웠다.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이의신청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바로 전학신청을 하자고 날리다.
'남편도 이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구나.'
정작 당사자는 평온한데 부모 둘이서만 땅이 꺼져라 걱정하고 있다니ㅠ 아이에게 부끄러웠다. 우리 아들 큰일 났네, 집 앞에 학교 놔두고 먼데까지 걸어가야 하다니 운도 없지, 이런 말을 듣는다면 아이가 그 학교에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 가장 막막하고 두려운 사람은 아이일 텐데 어른이 돼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엄마, 거기 애들이 좀 유별나다고 소문났던데... 내가 직접 가서 체험해 볼 수 있겠네. 그 말이 진짜인지!"
"중학교 다니려면 자전거 타는걸 다시 연습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자전거를 세워둘 곳이 있나?"
"성당 청소년부에 등록하길 잘했어. 거기 가면 00중 선배가 한 명은 있겠지."
평소 답지 않게 오늘 유난히 긍정적인 아이. 그래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거야. 아침에 좀 걸으면 잠도 깨고 운동도 될지도 모르지.
"아침마다 이제 지각생 탈출 하겠네~ 원래 학교에서 제일 가까이 사는 애들이 가장 늦잖아. 멀어지면 부지런해질지도."
"맞아요. 바로 제가 그 지각생이었어요."
"오~ 오빠 이제 일찍 일어나겠네!"
이런 중입배정을 받고도 태연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참 많이 컸다. 조바심 내는 나는 아직도 덜 자랐나 보다. 자꾸만 올라오는 한숨을 누르며 두 팔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오히려 좋아. 좋을 거야.'
이젠 나보다 더 넉넉하고 여유로워진 아이들을 보면서 내 마음을 다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