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듬어주는 곳
"딸, 그새 흰머리가 늘었네! 관리 좀 해야겠어."
"많이 티나요? 방학이라 신경을 못썼네."
"애들만 챙기지 말고 거울 좀 보고 다녀."
새벽에 내려오느라 세수만 겨우 하고 내려와서 그런지 슬금슬금 올라오는 흰머리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친정엄마의 걱정 섞인 잔소리. 무슨 마음인지는 알지만 듣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언니, 염색 좀 해!"
"왜? 나이 들어 보여?"
"응, 좀 그렇지. 요새 힘들어?"
"애들이 방학이라 정신없었지."
엄마에 이어 동생까지 한 마디 거든다. 명절에 내려오기 전에 미용실 다녀올걸...
긴 연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5일 만에 만나는 남편님.
"고생했지? 흰머리가 더 늘었네."
"어? 앞에 쪼금."
"뒤엔 더 많아."
애들만 데리고 다닌 지방투어에 마음이 꽁해 있었는데 지적질까지? 이러면 진정 곤란하다.
"얘들아, 엄마 늙어 보여?"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번 주에 미용실 예약해야지."
"그냥 흰머리로 살아. 염색해도 어차피 오래 못 가잖아."
"싫어. 이제 곧 3월인데 이럴 수는 없지!"
온 가족들에게 들은 한 마디를 모아 모아 드디어 미용실에 도착. 더는 미루지 말자는 마음으로 주말 아침 일찍 들렀다.
"고객님~ 이번엔 일찍 오셨네요."
"네... 가족들이 흰머리 가지고 하도 잔소리를 해서요."
"좋으시겠어요."
"네?"
"흰머리가 자랐나 안 자랐나 알아차렸다는 건 보고 있다는 거잖아요. 관심이 있다는 거죠."
"아, 그렇게 되네요."
귀찮은 잔소리에 등 떠밀려 왔다고 생각할 땐 울적했는데 따뜻한 관심이라고 여기니 염색하는 내내 흐뭇했다.
"나 머리 염색한 거 어때? 이젠 좀 젊어 보여?"
"네! 훨씬 예뻐 보여요."
"그래, 예쁘네. 미용실 자주 가."
미용실에서 머리만 예쁘게 손질해 주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마음도 곱게 다듬어주셨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