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많은 사람들의 비밀

우리가 되는 순간

by 정물루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들을 팟캐스트나 음악을 종종 찾아다닌다. 저녁을 준비하며 좋아하는 책 유튜버의 영상을 듣다가, 우연히 <인생 녹음 중>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다. 어제는 55분짜리 인터벌 트레이닝이 있는 날이었는데, 이 채널을 들으며 뛰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헥헥거리다가, 결국 육성으로 아하하 웃으며 뛰는 상태까지 갔다.


아직 많은 에피소드를 듣진 않았지만, 주제는 부부의 대화다. 둘이 살면서 빵빵 터지는 웃긴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아카이빙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화의 소재들이 매우 소소하고 일상적이다. 그런데 이 부부는 둘 다 노래를 잘해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화음을 넣어 함께 부르곤 한다. 얼굴은 나오지 않고, 영상은 귀여운 스틱 인간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이상형이 예쁘고 웃긴 여자였다는 남편. 그래서 지금의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게 대화 속 곳곳에서 느껴진다. 약간 철없고 독특한 아내는 팝송도 잘 부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도 은근히 다정한 스타일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도 잘해주며, 듣다 보면 내 이야기 같고 친구랑 수다 떠는 기분이 든다.


유투브 상세정보를 보니, 9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고, 최근엔 책까지 출간했다고 한다. ‘현실적인 새해 목표’, ‘요즘 뭐 볼만한 거 있나요?’, ‘아메리카노 전엔 뭐 마시고 살았지?’ 같은 대화 주제들이라, 나도 남편이랑 했던 이야기 같기도, 이 부부 모습이 그저 정겹다.


화려하고 특별한 부부가 아니라, 나와 같은 ‘우리’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생 녹음 중> 부부의 스토리에 더 공감이 가고 애정이 간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에게 끌릴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멋져서가 아니라, 나랑 비슷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곳은 ‘세계 뉴스’ 코너에 자주 나오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이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 자체가 힘들어진 사람들이 많다. 전쟁, 종교, 여성 탄압, 가난, 자연재해 등으로 집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뉴스는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는 일상이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2011년 3월부터 시작해 십 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을 잃고 떠났다고 한다. 국내에서 전쟁 지역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 사람이 절반, 해외로 탈출한 사람이 절반이다. 뉴스에서 봐서 알긴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일상과 마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pasted-image.png https://www.walkwithamal.org


아미르 니자르 주아비(Amir Nizar Zuabi)는 ‘아말(Amal)’이라는 3.5미터 높이의 거대 인형을 만들어, 시리아와 터키 국경에서 시작해 영국 맨체스터까지 8개국, 약 8천 킬로미터를 걷는 아트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아말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을 들려주고, 그 지역 예술가들과 주민들은 아말을 맞이하기 위해 음악과 춤,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함께 그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추억을 쌓아간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생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예쁘고,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와 같아질 때, 너도 나를 자꾸 살펴보게 된다. 아말을 한 번 만난 사람들은, 그 이후 다른 이민자들을 만나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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