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워 망설여질 땐, 무조건 하기
Oma(엄마), love you!
우리 딸이 전화를 끊기 전 항상 하는 말이다. 나의 대답은, '응' 혹은 '오케이' 정도... 그렇지 않아도 요즘 틱톡에서는 이런 엄마들의 반응이 아시아 엄마 스타일이라며 트렌딩 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Mother’s Day를 맞아, 아시아계 미국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지미 양(Jimmy Yang)은 엄마와의 통화 에피소드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Happy Mother’s Day, mommy! I love you. - 그 말에 엄마는 '너 어디 아프냐, 암이라도 걸렸냐'며 당황해했다고 한다. 웃기면서도 씁쓸한, 하지만 너무 공감 가는 상황이었다.
텍스트가 아닌, 누군가에게 직접 사랑한다고 말한 게 언제였더라? 영어로는 러뷰, 알러뷰 하며 종종 말하기도 하지만, 사랑해라는 한국어는 유난히 입에 붙지 않는다. 들어본 적이 적어서일까, 자주 말하지 않아서 습관이 되지 않아서일까. 나는 분명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받으며 자랐지만 엄마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기억은, 또 선명하지 않다.
요즘 우리 딸은 왜 엄마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하냐며, 말해달라고 자주 묻는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거 아니냐니, 그래도 듣고 싶다고 한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는 건, 어쩌면 잘못된 통념이었을지도.
예술가 에곤 쉴레(Egon Schiele)는 말보다 먼저, 몸으로 사랑을 표현한 사람이었다. 그의 그림은 항상 닿고자 하는 간절함과 닿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사랑했던 애인은 떠났고, 아내는 스페인 독감으로 죽었다. 쉴레는 그로부터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사랑은, 닿자마자 사라질 수 있는 것, 그래서 더 절실하고 예민한 감정이었다.
에곤 쉴레가 그린 맞닿으려는 두 손의 드로잉 - 팔꿈치 아래만 화면에 담긴 손은, 서로를 붙잡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초조하고 불안하다. 놓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의 사랑은 로맨틱하거나 달콤하지 않다. 대신 너무도 진실하고, 애절하다. 이제는 말하지 못한 사랑, 더 이상은 말할 수 없게 된 사랑이 그의 그림에서 흘러나온다.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들을, 아직 말할 수 있을 때, 꼭 해두고 싶다. 쑥스러워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그냥 해보려고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기도 하고, 전하고 싶을 때 전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말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쑥스러움을 이겨내는 게, 내 인생 50%쯤 되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그래서 더 자주, 더 많이 연습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미루지 않는 사람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