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들의 용기에서 배우는 것들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고, 정부의 인터넷 차단으로 현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란의 1리알을 유로로 환전해보니 0원이 나온다는, 말도 안 되는 이란의 경제 상황을 풍자한 콘텐츠가 트렌딩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단발머리의 한 이란 여성이 이란의 종교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에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AI 조작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그녀는 실제 인물이며 사진은 이란이 아닌 2022년 캐나다 도심 외곽의 한 주차장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 여성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이란 여성이라고 알려졌다. 이 장면은 이란 내부가 아닌 해외에서 촬영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상징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이란 여성들은 늘 투쟁의 한가운데에 등장한다. 2022년 히잡 시위 때도 그랬고, 여성의 자유에 대한 그들의 갈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시작이 되었던 한 여성의 사진 이후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의 사진이 연속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부의 인터넷 차단으로 다소 잠잠해진 상태지만.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불태우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여성의 흡연 역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다. 그런데 히잡을 벗어 던진 젊은 여성들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담뱃불로 태운다. 그 장면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이란 여성들의 용기를 보여주는 이 사진들을 보며, 예전에 이란으로 출장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두바이 RHQ에서 일하던 시절, 이란 출장을 세 번 정도 갔었다. 마지막 방문은 2017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는 미국의 경제 제재와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이란은 여행 제한 지역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같은 걸프 지역 국가들,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 등 레반트 지역,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모두 가봤지만, 외국인 여성에게 머리 히잡을 강요한 나라는 이란이 유일했다. 당시 사우디는 머리카락을 가릴 필요는 없었지만 아바야를 입어 몸 전체를 가려야 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사우디는 개방 정책 이후,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은 아바야를 입지 않아도 되고 자국민 여성들 역시 남성 없이 외출도, 운전도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기장의 테헤란 도착 안내 방송이 나오면, 기내에 있던 모든 여성들이 일제히 스카프를 머리에 쓰기 시작했다. 색이나 디자인은 전혀 상관없고, 그저 가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실제로 스카프를 패션 아이템처럼 멋스럽게 활용하는 이란 여성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란 여성들의 외모는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래서 머리카락이라도 가려야 했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혼자 있든, 집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공간에서는 항상 머리 스카프를 써야 했다. 머리카락을 전부 가릴 필요는 없지만, 일부라도 반드시 가려야 했다. 두바이에서도 에어컨 때문에 항상 스카프를 들고 다니던 터라, 처음 이란에 갔을 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스카프를 쓰고 일하고, 미팅하고, 식사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그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내가 원해서, 자유 의지로 걸치는 패션 아이템과 의지와 무관한 강요와 규제로 내 아웃핏이 결정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택시 안에서 나를 보지도 않는 기사 아저씨만 있을 때조차, 밖에서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머리 스카프를 써야 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특히 한국 식당에서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더더욱 불편해서 밥맛도 떨어졌다. 그저 빨리 집, 그러니까 호텔로 돌아가 이 머리 스카프를 벗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작년에 유행했던 지드래곤의 ‘시골 할머니 스타일’ 스카프를 떠올려봐도, 그걸 매일, 일 년 내내, 아니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취향이라는 것은 계속 변하기 마련인데, 개인 취향이 존중받지 않는 사회에서, 그것도 개인 취향대로 살 수 있는 남성들을 곁에서 보며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우울할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길에서 여성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테헤란은 남자들만 많은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예쁜 여성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우울’이라는 감정이 도시 전체에 얇게 깔려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란 여성들의 자유를 향한 투쟁이 늘 실패로 끝나지 않았느냐는 냉소적인 시선도 많다. 하지만 이런 운동과 투쟁은 단번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시도들이 씨앗이 되어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 믿는다. 맑은 햇빛이 들던 날씨와 곳곳에서 풍기던 과일 향, 기사 아저씨와 상점 주인들이 늘 음식을 나눠주던 따뜻한 사람들. 언젠가는 가리지 않아도 되는 머리와 숨기지 않아도 되는 표정으로, 그 예쁜 여성들이 도시 한가운데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거리를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