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정말 행복할까

중동의 기름 부자국들은 정말 부유할까

by 정물루

많은 회사들이 중동, 그러니까 서아시아 지역의 헤드쿼터를 두바이에 둔다. 회사나 기관마다 관할 지역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회사의 두바이 오피스는 처음엔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의 HQ였다가 이후 MEA(Middle East and Africa)로, 아프리카 전 지역까지 관할이 확장되었다.


두바이 오피스는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주변 국가, 이른바 GCC라 불리는 걸프 지역 국가들을 맡고 있었다. GCC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이렇게 여섯 나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장 규모가 큰 사우디아라비아는 별도의 오피스가 있었고, 중동에서도 ‘기름 부자’의 이미지를 가진 나라들은 대부분 두바이 오피스의 관할이었다.


걸프 지역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석유와 가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나라들이다. 역사책에서만 들어봤던 것 같은 이름 -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카타르 - 을 하나하나 출장으로 다니게 되었다.


결혼하면 나라에서 큰돈을 지원해준다느니, 태어나면 은행에서 무이자 대출을 해주고 채무 조건도 한국과는 다르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늘 따라다녔던 나라, 쿠웨이트가 첫 방문지였다. 인구 대비 석유 부국의 전형을 보여주는 나라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첫 인상은 쇼크였다. 낡은 공항은 둘째치고, 공항 스태프들과 운영 시스템이 너무 느리고 답답했다. (마지막으로 간 지 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가니,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공항을 나서자 도로 사정도 썩 좋지 않았다. 도로는 좁았고, 바닥면의 퀄리티도 도시 같지 않았으며 교통체증도 심했다. 공항에서 미팅 장소까지 멀지 않은 거리였는데 한참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바레인은 사실 별다른 기억이 없다. 공항이 아주 작았다는 것 정도.


오만은 달랐다. 공항은 작았지만 아기자기했고, 로컬 색이 강했다. 사람들도 훨씬 프렌들리했고, 수도 무스카트는 시골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 출장 외에도 휴가로 몇 번 오만을 찾았는데, 늘 정겹고 따뜻한 바이브가 있었다.


다만 오만 공항에서 두바이로 돌아오던 어느 날, 비행기가 무려 열 시간이나 지연되었다. 한 시간 거리의 비행이 열 시간 연착되면서, 아무것도 없는 공항에서 그 시간을 고스란히 보내야 했다. 아마 두바이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두바이는 비만 오면 많은 것들이 멈춰버리는 도시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래도 열 시간은 너무했다.


카타르 도하는 신공항이 열리기 직전에 처음 방문했다. 당시에도 두바이와 꽤 비슷해 보였다. 그로부터 십 년이 훌쩍 지났다. 이후 카타르는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신공항은 그 시작이었고, 지하철이 생겼으며, 중동/ 아랍권 최초의 월드컵을 치렀다. 박물관과 문화 기관은 눈에 띄게 늘었고, 이제는 중동 최초의 아트 바젤까지 오픈을 앞두고 있다.


두바이와 카타르, 그리고 다른 걸프 국가들을 보며 점점 분명해진 생각이 있다.

돈이 많은 것과,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얼마 전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둘러싼 ‘체포 혹은 납치’ 논란 이후, 그 나라의 석유 수익과 거래를 미국이 사실상 관리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뉴스를 두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무기 관련 주식이 올랐기 때문이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생기는 경제 현상을 환영한다는 사실에, 참 놀랍고도 슬펐다.


돈이 전부인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돈 다음으로 중요해지는 존재일까?


tempImageS1vCl2.heic 2014년, 오만의 무스카트 국제 공항에서 두바이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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