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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Jan 21. 2024

해지기 전 이십 분

두바이 겨울 사막에서의 힐링

그러니까 두바이도 지금이 겨울이다. 밤에는 16도까지 내려가고 새벽 해뜨기 전엔 11도까지도 내려가는 일 년 중 가장 추운 날들.


겨울이면 사막으로 간다, 최대한 자주. 선셋 한 시간 전에 사막 입구에 도착해서 타이어 바람을 조금 빼고 메뉴얼 기어로 바꾸고 사막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보이지 않고 바람 소리랑 새소리, 모래 소리만 들리는 곳까지 가서 나무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캠핑 의자들을 꺼내고 바람을 등지고 자리를 잡고 앉아 숯에 불을 붙인다. 해지기 전 이십 분동안의 오렌지색 하늘빛 아래에 비치는 나무들과 사막 듄 사이에 서 있으면 꿈 비슷한 어딘가로 텔레포트된 착각을 하게 된다.


사막에서 어둠을 맞이하는 해지기 전 이십 분 동안은 밤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불도 펴야 하고 이래저래 바쁘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이 순간이 사막에서는 가장 바빠서 매직같 이 시간을 놓쳐버리기가 쉽다.


이 이십 분 동안은 바람도 엄청 세서 모래바람이 눈이나 들고 있는 커피에 들어갈 정도다. 사막의 모래도 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듯. 노을을 보며 잠시 멍해지면 금세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소돔애플 (apple of Sodom)'이라고 하는 나무는 다른 지역에서는 열매도 맺는다고 하는데 두바이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사막에 있는 식물들은 보통 잎이 바늘처럼 길고 좁다. 물도 없고 모래 바람 많은 곳에서도 서바이벌 가능한 생김새다. 그 중에 잎도 크고 핑크 바이올렛 반, 화이트 반 컬러의 꽃까지 달린 식물이 두바이 사막 곳곳에 있다. 선셋 전 그 강한 모래 바람에도 바람을 타고 움직이며 작고 예쁜 꽃들이 나무 곳곳에 피어 있다.


모래 속 보이지 않는 뿌리들은 크고 넓게 튼튼히 자리 잡고 있고 나무같이 굵은 줄기들, 넓고 푸른 잎들은 작고 소중한 꽃들을 보호하려는 듯 더 단단한 모양이 된 듯이 생겼다. 선셋 이십 분 전 나는 눈을 뜨기도 힘든 그 강한 모래바람 리듬에 맞춰 그들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스틸 사진으로 캡쳐해보려고 플레쉬와 느린 셔터 스피드로 촬영했다.


해가 완전히 지면 바람은 잦아든다. 평화로운 밤을 맞아 고요한 어둠 속에서 핑크바이올렛 꽃들과 푸른 나뭇잎들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챔피언 같으면서도 또 내일을 차분히 준비하는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써리얼한 두바이 겨울 사막에서의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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