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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봉낙타 Feb 12. 2024

슬픈 노벨평화상 후보

모타즈 아자이자(Motaz Azaiza)

종군기자 從軍記者: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전투 상황을 보도하는 기자.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종군기자가 된다. 다만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의 모타즈 아자이자(Motaz Azaiza)는 어쩌다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군기자가 되었다. 그는 태어나서 다섯 번의 큰 전쟁을 경험했다. 모타즈는 1999년생으로 지난달에 겨우 25살이 되었다.


다섯 번의 전쟁 중, 마지막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 10월 7일에 시작된 하마스 - 이스라엘 전쟁에서는 전쟁 발발 이후, 백일만에 저널리스트 112명이 죽었다. 이 정도면 저널리스트를 타겟으로 한 의도적 공격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모타즈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약 18M (1,800만) 명이다.

Motaz Azaiza مُعْتَز عزايزة ⚡️ (@motaz_azaiza) • Instagram photos and videos


모타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풍경과 사람들을 주로 촬영하는 포토그래퍼였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가자지구는 선셋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땅을 빼앗기고 나라를 세우지 못한 설움과 한으로 서글프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포트레이트를 모타즈는 소소하게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하고 있었다.


Screenshot from Motaz's Instagram account (@motaz_azaiza)


2008, 2012, 2014, 2021년에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가자지구의 풍경과 사람들은 왕왕 카오스 상태였다. 그래도 전쟁이 끝나면 상실에 대한 슬픔은 뒤로한 채 또다시 일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모타즈는 캡처하고 공유했다.


작년 10월 7일, 모든 게 변했다. 모타즈의 학교 친구들, 같이 영상작업하던 동료들, 동네 슈퍼 아저씨를 포함해서 그가 알던 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었다. 그가 예전에 포트레이트 촬영했던 사람도 죽었다. 놀이터에서 놀던 꼬마 아이들도 힘없이 죽어버렸다.


모타즈의 메인 주제였던 가자지구 사람들의 일상은 전쟁 속에서 집과 가족과 희망을 잃어버린 모습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가자지구의 풍경은 유령 마을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하늘을 촬영해도 이스라엘이 쏘는 미사일과 폭탄으로 가득 찼다. 그의 소셜미디어는 이 무서운 하루하루가 전부가 되었다.

Screenshot from Motaz's Instagram account (@motaz_azaiza)


목숨을 건 모타즈의 취재와 소셜미디어 포스팅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자지구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런 모타즈를 응원하며 음식을 나눠주고 교통편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다만 백 명 넘는 저널리스트가 사망한 후, 사람들은 저널리스트가 있는 곳은 이스라엘군의 타겟이 되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하루는 모타즈가 소셜미디어에서 비통한 현실이지만, 또 그들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자기를 밀어내는 사람들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한 적도 있었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you’re not close enough. - Robert Capa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촬영 대상에 최대한 가까이 가라고 헝가리의 전쟁보도 사진가, 로버트 카파는 말했다. 신체적인 거리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전쟁 속 사람들 안에 있는 모타즈. 진정한 마음은 통하나 보다. 그의 스틸컷에서도 울음소리와 화약냄새, 피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그의 사진들에서만 느낄 수 감정이 그대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모타즈는 작년에 타임즈 선정 사진에 뽑히고, GQ Middle East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고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Believe me or not, the moment I received a message that I have been selected to be man of the year by one of the most important magazines in the world, I couldn’t care less about it. As I wasn’t sure I would survive the brutal aggression on my beloved Gaza by Israeli occupation. All I cared about is to survive and show the world the raw realities. - Motaz Azaiza


저명한 잡지인 GQ에서 '올해의 인물'에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도 나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사랑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략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오로지 살아남아 생생한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만 생각했다.



동시대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로 영감 받고 위로도 받는 세상에서 모타즈의 사진들은 예술도 보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그의 마음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를.


#ceasefire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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