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나도 달을 가리는 나뭇잎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달 뒤에 나뭇잎이 숨어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아. 인생에 드디어 의미가 생기겠군.
르네 마그리트의 와이프 조젯 마그리트 (Gergette Magritte)에 의하면 이 작품은 남편이 1967년 8월에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캔버스다. 슬쩍 보면 언덕에서 바라본 고요하고 조용한 마을의 저녁풍경이다. 그런데 나뭇잎 뒤가 아닌, 나뭇잎 앞에 있는 건 달이다. 달이 맞나? 어떻게 달 뒤로 나뭇잎이 보일 수가 있지?
그동안 믿었던 사실들, 세상의 고정관념과는 반대로 생각하면 르네 마그리트식 관점이 보인다. 항상 작품을 완성한 후에 제목을 정했다는 르네 마그리트는 달과 빛이 있는 한 마을의 밤을 그린 작품도 '빈 페이지, The blank page'라고 명명했다.
"insane은 아마 천성적으로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야. 그에 비해 lunatic은 달에 의해, 즉 luna에 의해 일시적으로 정신을 빼앗긴 것. 19세기의 영국에서는 lunatic이라고 판정받은 사람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그 죄를 한 등급 감해줬어. 그 사람의 책임이라기보다 달빛에 홀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법률이 실제로 존재했어. 즉 달이 인간의 정신을 어긋나게 한다는 걸 법률적으로도 인정했던 거야."
-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1권 중 (p652)
지금 있는 달 한 개만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미쳐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도 달빛에 홀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달이 있는 밤에는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허상일 수도. 달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고, 또 달 뒤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디서 보고 들어서 그렇게 판단해 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제대로 보지 않았기에 그냥 그렇다고 추측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르네 마그리트는 달을 제대로 보았는지 모르겠다. 특히 1945년 이후 그의 후기 작품에는 달, 혹은 달빛이 왕왕 등장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구조와 병치로 꿈의 세계를 그린다는 평가를 받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 많은 고정관념이 깨질 때마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적 꿈의 세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6일 후면 정월대보름이다. 꿈같은 일들이 훌훌 현실이 되길.
*모든 작품 이미지는 위키아트 (www.wikiart.org)에서 다운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