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의 핵심 개념 거리재기

에페에서 적정거리는?

by Lefty Escrime

거리는 두 명이 겨루는 combat의 기초이며 핵심개념입니다. 국내에는 명쾌한 자료가 없어서 프랑스 펜싱 연맹(FFE, Fédération Française d'Escrime)에서 더듬더듬 찾아 보았으나 워낙 기초개념이라 단순한 용어 정의 이상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생각을 보태어 정리해보겠습니다. 각자 연습하며 체득해야하는 영역이므로 가까운 클럽에서 연습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므쥐 (Mesure)

생소하겠지만 거리재기(므쥐 mesure)라는 용어는 거리(디스떵스 distance)와 함께 사용되는 편입니다. 측정한 결과가 거리입니다. 므쥐 mesure는 영어의 메저 measure처럼 '측정하다', '가늠하다'에 '거리' 개념까지 담고 있어서 '거리재기'로 번역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근대펜싱에서 mesure를 가능하다(to be able)의 개념으로 다루고 있는데 주제를 벗어나므로 생략합니다.)

삐스트 규격과 구성

므쥐할 때 두가지를 판단해야합니다. 삐스트(piste)위에서 내 위치상대방과의 거리입니다. 삐스트는 14m길이이고 주요 지점에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시합 중에는 주변시를 이용해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합니다. (축구에서 노룩 패스하는 것과 같은 원리) 이와 동시에 자신과 상대 사이의 거리를 재야합니다.


므쥐에는 3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눈으로 측정하는 것이고 다른 두가지는 시합 초반에 상대에게 팔을 뻗거나 팡트(fente)를 하여 거리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측정에는 두 발 사이의 거리와 블레이드 전체를 활용합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시각만으로도 센티미터 수준까지 거리를 느끼고 조절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엘리트 선수님들 정말인가요?)


적정 거리 (Distance)

므쥐하여 판단한 거리(디스떵스 distance)를 '적정 거리'로 의역해 사용하겠습니다.

정지 상황에서 에페의 적정 거리는 완전한 팡트(fente, full lunge)로 상대의 팔뚝 중앙을 터치할 수 있고 드미 팡트(demi fente)로 손목에 터치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Sabre는 다른 글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신장, 사용할 기술, 공격/수비 상황이 적정 거리를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자신의 신장을 기준으로 특정 기술로 공격을 하거나 물러서기 적당한 지점입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신장과 공격/수비 상황에 따라 다른 적정 거리를 찾으려고 할 것 입니다. 신장 2m인 선수가 1.7m인 선수보다 40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 이렇게 미세한 시간은 엘리트 선수에게 더욱 민감하겠죠?) 빠르게 터치할 수 있다고하니 신장이 큰 상대가 다가올 때, 내가 접근할 때 거리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야합니다. 시합에서는 바뀌는 상황에 맞게 쉬지않고 적정 거리를 만들어야합니다. 잘 훈련된 선수는 같은 조건에서 비교적 멀리서도 터치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거리

1. 근거리 (쁘띠뜨 la petite distance) - 발을 움직이지 않고 팔만 뻗어 상대를 터치할 수 있는 거리


2. 중거리 (모옌 la moyenne distance) - 완전한 팡트로 상대의 팔뚝 중앙을 터치할 수 있고 드미 팡트(demi fente)로 손목에 터치 할 수 있는 거리


3. 원거리 (그헝드 la grande distance) - 공격 전 이동이 필요한 거리, 한 걸음 이상 나아가 터치할 수 있는 거리

각 거리마다 사용가능한 기술을 공식처럼 정리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단순하게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술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펜싱타임을 활용하면 적정거리에서 공격찬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써 놓고보니 쌀로 밥짓는 소리처럼 들리네요.)


펜싱타임 (Temps)

펜싱타임(엉 떵 데스킴 un temps d'escrime)도 펜싱의 기본 개념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단순히 선수가 상대방의 방향으로 팔이나 발을 뻗는 동작의 지속 시간입니다. 팔을 뻗거나 발을 뻗는 것을 하나의 펜싱타임이라고 하며, 팔과 발을 동시에 움직일 때는 둘을 합쳐 하나의 펜싱타임으로 간주합니다. 근거리와 중거리는 한 번의 펜싱타임에 터치가 가능하고 원거리에는 예비 동작이 더 필요합니다.

에페는 공격 시 더블 터치(꾸 드블 coup double)가능성을 낮춰야하므로 자신이 공격할 때 상대가 대응하지 못하는 순간을 유도하거나 활용해야 합니다. (다른 글에서 사례가 될 만한 걸 써볼게요.) 상대방이 팔과 다리의 싱크가 맞지 않아서 거의 동시에 움직이지 않고 어긋나게 움직일 경우 두 번의 펜싱타임을 쓰게되는데 이 때가 공격에 취약한 순간입니다.


거리 감각 연습

거리와 시간 감각을 마스터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테크닉 없이 시합하여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거리 감각 연습은 공격을 받아주는 상대와 짝을 이루어 해야합니다. 연습 파트너가 펜싱에 익숙하지 않아도 가능은 합니다. (단 맨손으로하거나, 안전을 위해 필요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해야합니다. )


1. 연습 파트너가 없다면, 연습용 더미(dummy)나 타겟 앞에 서서 기초 기술별로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지 조절하며 연습합니다. 기술이 정교해지면 거리도 잘 가늠할 수 있습니다. 찌를 때 팔꿈치가 완전히 펴지도록 끝까지 뻗으며(allonger le bras) 연습해야합니다. (연습용 더미는 자신의 펜싱복을 벽에 걸어두는 것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2. 연습 파트너가 있다면 파트너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전진/후진하며 연습합니다. 시각 능력(스포츠 비전 sports vision)을 단련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맞는 단거리, 중거리를 눈으로 기억하고 이것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합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익숙해지면,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연습하는 단계로 난이도를 높입니다. (영상만으로는 정확한 원리를 알기 어렵지만, 미국의 어느 체육 시설에서는 작은 물체를 든 팔을 뻗어 거리를 늘려가며 특정 지점에서 공격 동작을 하는 방식으로 훈련합니다. 유튭 링크)


3. 펜싱에 능숙한 연습 파트너가 있다면 페인트 동작이나 특정 동작으로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상대가 후진할 수 없는 순간에 거리 조정하여 터치하는 연습을 합니다.


엘리트 에페 선수가 한 시합에서 250m~1000m를 뛰고, 140회 공격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논문 링크) 여자 에페에서는 약 400회, 남자 에페에서는 약 170회 전후 방향 전환을 한다고 합니다.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거리를 맞추기 위해 전후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입니다.


음악은 음표 안에 있지 않고
음표와 음표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 안에 있다. - Mozart -

뚜슈가 음표라면 뚜슈를 하기 위해 상황을 만들고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읽히기도해서 인용해보았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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