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 2. 범죄의 유혹

양심의 무게추가 된 유년의 기억

by 변호사 이동현


나는 직업상 범죄자를 만날 일이 많다.


변호사 일을 하기 전에는 범죄자를 만날 일도 없었고

범죄자라고 하면 보통의 사람들과는 근본부터 다르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범죄자들도 유혹의 갈림길에서 한순간의 욕심으로 잘못된 행동을 해서 인생이 꼬여버렸을 뿐,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정도의 차이가 일을 뿐 크고 작은 범법행위를 할 때가 있지 않는가?




나도 다행히 용서받지 못할 정도의 ‘선‘을 넘은 적은 없었기에 변호사로서 교도소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지만 나에게도 유혹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졌던 어두운 과거는 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범죄의 유혹은 내가 아직 한글 사용법도 잘 몰랐던 6살 무렵 일어났다.


나는 당시 초등학교 교사로서 오지근무로 승진점수를 모으시던 아버지로 인해 경북 소도시에서도 차를 타고 한참은 들어가야 하는 깡촌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었다.


워낙 시골이었기에 동네에는 파출소와 보건소, 교회와 슈퍼가 딱 하나씩만 있었고, 슈퍼에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부모님이 사주셨기 때문에 나 같은 미취학 아동이 세뱃돈을 받아 큰손이 되어도 돈을 쓸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동네 슈퍼에 내 입맛에 맞는 새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들어오자 상황은 급변했다.



이미 신세계를 맛본 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내 건강을 염려하신 부모님이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내가 원하는 만큼 사주지 않자, 나는 돈 버는 것에 혈안이 되어서 아빠 퇴근하면 안마하기, 누나 연필 깎기 등 용돈을 받기 위해 평소라면 마다했을 일도 자진해서 다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동네 형들과 뒷산에서 놀다가 땅바닥에 꼬깃꼬깃 접어진 지폐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이웃 할머니가 볕이 잘 드는 뒷산 쪽에 빨래를 널다가 떨어뜨린 돈이었던 것 같다)


그 돈을 본 순간 나는 저 돈이면 얼마나 많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의 물건을 주웠으면 반드시 경찰서에 가져다줘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생각나 마음속에서 격렬한 충돌을 일으켰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문득 동네 형 중에 한 명이 남의 물건을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줬다가 경찰 마크가 새겨진 새 연필 세트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이 하나의 무게추로 인해 내 마음속 팽팽한 저울의 균형이 무너져서 나는 돈을 꿀꺽하는 대신 경찰서에 가져다주게 되었다.


아쉽게도 파출소 순경아저씨는 돈을 주워서 가져다준 나를 칭찬해주기는 하였지만, 소문과는 달리 새 연필세트를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에 와서 내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들은 부모님은 나를 잘했다고 칭찬해 주며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실컷 사주셨다.




내가 여태까지 이 일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이 일 이후에도 오랫동안 내가 유혹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때 높은 확률로 도덕과 양심을 지키도록 하는 내 마음속 무게추가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