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직접 돈다발을 들고
구속된 채로 재판받는 피고인들의 소원은 뭘까?
무죄판결? 아.. 그건 인정이다.
두 번째 소원이 있다면,
바로 보석으로 풀려나는 것이다.
힘들게 군대생활 해본 사람이나 슬기로운 감방생활 드라마를 재밌게 본 사람들은
'에이 구치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힘들어봤자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학교생활보다 어둠의 세계의 ‘학교’ 생활을 더 오래 한 범털이 아니고서야,
구치소 생활은 버티기 어려워 접견 가보면 하루하루 지낼 때마다 살이 쪽쪽 빠지는 게 보일 정도이다.
그런데 보석으로 풀려나게 되면 안락한 집으로 가서 재판을 준비할 수 있으니, 피고인들이 보석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
보석은 심문을 하더라도 정확히 언제 결정이 나올지 알 수 없는데, 보석결정이 되더라도 피고인이 자동으로 풀려나는 것이 아니라 결정된 보석금을 관할 검찰청에 납입해야 한다.
보석금 납부가 확인되어야 검찰에서 구치소 측에 연락하여 피고인이 풀려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석금은 아무나 납입할 수 없고 피고인의 가족이나 변호인 등 미리 지정되어 결정문에 인적사항이 기재된 사람이 납부하여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날에 보석결정이 나거나 피고인 측에서 급한 일이 있어서 보석결정이 났는데도 보석금 납입절차를 밟지 못하면 피고인은 계속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피고인 측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그날은 그런 특이상황이 발생한 날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나는 보석결정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됐다고 생각하며 서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보석이 결정된 피고인 쪽에서 도저히 검찰청에 방문하여 보석금을 납부할 수 없고, 보석금을 공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을 빨리 풀어주기 위해서는
변호인인 내가 보석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서 직접 검찰청으로 가서 납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어서 ‘어휴 그럼 내가 가서리도 빨리 풀려나게 해 드려야겠다 ‘ 했는데
보석금 수천만 원을 현금으로 뽑아서 가방에 넣으니 새삼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하필 관할 검찰청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택시 타고 가는 내내 이 돈다발을 들고 튀거나 소매치기당하거나 하는 상상만 들었다.
오만 원권으로 뽑으니 수천만 원 돈도 부피가 생각보다 작았는데, 계속 그 부분만 신경 쓰여서 괜히 가방이 더 불룩한 것 같았다.
결국 그때 돈다발 들고 튀진 않아서 아직 변호사 생활 잘 이어가고는 있는데,
이런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