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 1. 내 인생 첫 서울 나들이

부산재판 왕복길에서 떠오른 어린 날

by 변호사 이동현

SRT 타고 부산재판 갔다 오면서 문득 든 생각.


내가 어릴 때는 비둘기호 타고 경북에서 서울 가는데 6시간씩 걸렸었다. 롯데월드가 준 신축 놀이공원이던 시절 롯데월드 가보고 싶다고 하도 졸라대던 나를 못 이긴 우리 부모님은 큰맘 먹고 기차 타고 서울나들이를 시도하는데..

기차는 칙칙폭폭 하며 요즘은 다 카페로 바뀐 시골 간이역마다 정차했다.




한시도 가만히 못 앉아있는 꾸러기였던 나는 지겨움에 몸을 비비 꼬며 역무원 아저씨나 카트 끌고 먹을 거 파는 아주머니랑 한 마디씩 이야기도 하고,


육아에 지쳐 까무룩 졸고 있는 엄마아빠를 이유도 없이 깨워가며 역사와도 같은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뉴스에서나 보던 서울땅에 발을 붙일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롯데월드지만 당시 내가 너무나 어린이였던 탓에 공포의 키제한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나는 롯데월드 바닥을 다 끌고 다니며 떼를 썼지만 차가운 도시사람이었던 롯데월드 아르바이트생에겐 역부족이었다.




결국 타고 싶었던 청룡열차는 물론이고 후룸라이드마저 못 타고 아빠에게 안겨 회전목마만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던 서울 기차여행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내려오던 기차 안에서 곱씹었던 첫 서울여행의 설렘을 기억한다.



그런데 이젠 SRT만 타면 두 시간 반만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편하게 모셔다 줘서 그런지 뭔가 예전 그 기차에서만 느끼던 장거리 이동의 맛이 안 나는 것 같다.


이건 절대 내가 더운 여름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SRT 타고 부산 왕복까지 했는데 재판이 2분 만에 끝나서 드는 생각이 아니다.

부산지법 앞에서 먹은 흑임자 삼계탕도 꽤나 맛있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