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찾아와 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해서 성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들이든 딸이든 그저 건강하게만 나와주길. 그런데 꼭 딸일 것 같았다. 첫째랑 입덧이 다르면 성별이 다르다고 했다. 첫째 때는 입덧이 없어서 잘 먹었는데 이번에는 입덧이 있다. 먹고 토하는 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울렁거린다. 태몽도 딸 같았다. 과일이든 동물이든 홀수가 나오면 아들, 짝수가 나오면 딸이라고 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그랬다. 좋아하는 기름진 거, 고기 종류 거의 못 먹고 야채 과일만 당겼다. 고기 찾으면 아들, 야채 좋아하면 딸이라고 들었다. 딸이면 예쁘게 꾸며주는 재미가 있겠지? 주변에 막내딸의 예쁜 옷이 보이면 찜해두기도 했다. 정말 기대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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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네요. 여기 고추 보이시죠?"
한 3초 정도 침묵이 흘렀다. 모든 미신이 하나도 안 들어맞네. ㅎㅎ 남편은 진료실에서 나와서 조금 서운해했지만 건강한 아기가 나오기를 빌었다. 소식 들은 아버님만 싱글벙글~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에 평화롭다. 예전 같았으면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서운함으로 괴로워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첫째가 아들이길 원한 것도 이미 이루어졌는데, 터울 더 길어지기 전에 와준 것도 고마운데, 둘째 성별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인 것 같다. 성별이 궁금하긴 했지만 딸을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딸아이를 예쁘게 꾸며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호기심 정도지 막 원했던 것은 아니다. 내년에 태어날 아기는 첫째랑 다섯 살 차이가 된다. 나이 차이가 있는데 성별까지 다르면 나중에 너무 남처럼 지낼까 걱정했는데 같은 아들이라 잘됐다 싶었다.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몸무게를 재는데 간호사가 약간 당황한 눈치가 보였다. 입덧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살이 3킬로가 빠진 것이다. 쉽게 안 빠지던 첫째 때 살이 둘째 입덧으로 빠지고 있다. 둘째라 배가 벌써부터 나오고 몸도 무겁지만 살이 빠지다니. 딸이면 이쁘게 키우는 맛에 좋을 것이고 아들이면 첫째와 형제로 자랄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입덧을 안 했으면 몸이 편하니 좋았을 것이고 입덧하니 살 빠져서 좋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보니 기분 좋게 사는 게 최고더라고요." 여러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종종 쓰는 말이다. 이래도, 저래도 항상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