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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C Apr 07. 2016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 : 천국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이유가 될 만한 곳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하나 지워진 느낌이랄까. 가히 그곳은 마추픽추와 함께 남미 여행의 정수라 할 만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남미에 가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이유가 될 만한 곳이 바로 우유니가 아닐까. 남아메리카는 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매력 넘치는 땅이었고 수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이 있는 곳이라지만 우유니에서 보낸 하루하루는 그곳에 닿기 전까지 겪어야 했던 고단함을 말끔히 잊게 해 주었다.



※ 앞 글, '떼 끼에로(Te quiero)'에서 이어집니다.


  간밤에 내린 비. 끝없이 투명한 거리. 비가 내린 뒤의 상쾌함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공기만큼은 시원하다. 소금 사막에는 비가 내려야 제맛이라 했다. 어젯밤은 빗소리 덕분에 오늘을 기대하며 잠을 잘 수 있었다.


  여행사 앞에 모인 6명의 여행자.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하얀색 지프가 도착했고 우리는 차에 올랐다. 투어 예약을 할 때 여행사에서는 웬만하면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짝을 지어준다더니 우리는 완전히 반대다. 폴란드에서 온 마그다. 영국 출신의 에밀리, 아일랜드 출신의 로신, 아르헨티노 아드리아나와 브라질리언 에드손. 그리고 한국에서 온 나까지 6명이 모두 다른 나라 출신이다.

  여행사에서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어떻게 우리들을 짝 지어줘야 할지. 우리는 둘 씩 여행사에 투어 신청을 했다. 에밀리와 로신은 단짝 친구였고 아드리아나와 에드손은 함께 여행을 온 연인이었다. 모두 출신 국가가 다르니 여행사에서는 일부러 출신 국가가 다른 팀을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거기다가 볼리비아인 운전기사까지 포함한다면 7명의 사람들이 모두 다른 국적을 가진 셈이다. 운전기사도 놀란 '다국적팀'이었다.


※ 녹슨 열차가 멈춰있는 곳. 여행자들은 기차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열차 너머에 소금 사막이 보인다. 사막의 바위산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 같다.

※ 옛날에는 열차가 지평선 저 끝까지 소금을 싣고 달렸을 것이다.


  지프는 우유니 시내를 떠났다. 첫 번째 목적지는 우유니 시내 바로 바깥에 있는 철로(기차 무덤)였다. 언젠가는 소금을 싣고 달렸을 열차가 녹이 슨 채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었다. 우유니 사람들은 이곳에도 옛날엔 소금 무역을 하면서 번성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임진각 통일전망대에 멈춰서 있는 열차처럼 녹슬어 주저앉아버린 기차. 철길은 안데스 산자락의 지평선 너머까지 연결되어 있었지만 기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프는 사막을 향해 좀 더 나아간다. 사막으로 들어가기 전 마을이 있다. 수 십 대의 지프들이 뒤엉켜 혼잡함의 극치를 이루는 콜차니 마을이다. 사막으로 가려는 차들과 사막에서 돌아오는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길. 우리는 차에서 내려 마을을 둘러본다. 박물관이라 부르는 작은 공간엔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다. 기념품 가게들. 유명한 관광지 어딜 가나 그러하듯 이곳도 여느 관광지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이제 한 발짝만 더 가면 새하얀 대지가 펼쳐져 있다.


※ 사막과 도시의 경계에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 곳곳에는 소금이 쌓여 있었다.


  지프는 새하얀 평원 위를 달린다.

  우와- 우와-

  눈이 부시다. 그렇지만 멋지다. 어젯밤에 내린 비 덕분에 사막에 물이 고여있었지만 바람이 많이 분 탓에 군데군데 물이 고인 모습이다. 바람 때문에 물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풍경이다. 어떻게 이런 풍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라파스에서 제임스가 'Salt Flat'에 대해 물었을 때 사하라 사막의 'Salt Lake'를 생각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 '소금 호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스케일. 거대함. 웅장함. 경이로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눈 바로 앞에서부터 지평선 저 끝, 구름이 닿는 곳까지 새하얀 땅이 이어져 있었고 풍성한 뭉게구름은 손에 잡힐 듯 머리 위를 떠 갔다. 바닥에 흩뿌려진 물속에서 간간이 구름을 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하늘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소금 사막이다.

  저 멀리 보이는 바위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빗물이 없는 소금 사막도 이처럼 멋진데 얕은 물결이 출렁이는 우유니는 도대체 얼마나 멋지다는 걸까. 그저 하염없이 바라만 보아도 좋다. 아름답거나 멋진 대상을 바라볼 때면 그 존재를 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딱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땅이다.


※ 물이 고인 소금 사막. 물속에서 구름이 흘러가고 있다. 사막에서 소금을 캐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 사막의 중간에 있는 바위. 마치 섬처럼 느껴진다.

※ 우유니 사막의 베이스캠프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떠난다. 숙소 옆에는 여러 나라의 국가가 휘날린다. 한쪽엔 태극기가 보인다.

※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육각형 모양의 대지. 사막은 하나의 거대한 소금 덩어리였다.


  하얀 사막의 가운데 숙소가 하나 있다. 우유니 소금 사막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무박 혹은 1박 투어를 하는 사람들의 종착지. 우리는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더 먼 곳으로 떠났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의 바닥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있다. 육각형. 소금 결정의 모양이다. 이곳 사막은 작은 소금 결정들이 모여서 거대한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물고기 섬(Isla Incahuasi)'이라 불리는 사막에 우뚝 솟은 동산이다. 사막에 언덕이 아니라 섬이 있다.  물고기 섬의 꼭대기 8월 광장(Plaza de agotos)에 올라 사막을 바라본다. 물고기 섬은 소금 사막에서 유일하게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피란민들이 섬으로 모여든 것처럼 사막의 선인장들은 소금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섬으로 모여들었다. 사막을 바라보고 서 있는 선인장. 그 모습은 언제쯤 사막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그리워하는 듯 하다.


※ 물고기 섬의 선인장. 소금을 피해 섬으로 모여든 듯. 섬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선인장들은 사막을 바라보고 있다.

※ 물고기 섬의 꼭대기 8월 광장.


   물고기 섬을 떠난 우리는 더 깊은 사막을 향해 간다. 어느덧 태양은 지표면 가까이까지 내려와 있다. 사막 멀리에는 물기를 잔뜩 머금었을 것 같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오늘 밤에도 소금 사막엔 비가 내릴 건가 보다. 우리는 소금 사막을 빠져나왔다.


  밤은 추웠다. 안데스 산맥의 어둠.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 바깥에는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밤하늘의 별들도 떨고 있는 그런 밤이다.


※ 2박 3일을 함께한 팀이다. 에드손, 로신, 에밀리, 마그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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