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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진 Dec 30. 2023

책 100권을 읽는다는 것

2023년 책 읽기, 다이어리 쓰기 프로젝트 성공에 관하여

올 한 해 목표 중 한 가지를 달성했다. 책 100권 읽기. 정확히 말하면 크리스마스 때까지 총 100권을 읽었고, 연말까지 1권을 더해서 총 101권을 읽었다. 현재 2권의 책을 더 읽고 있지만 마지막 날까지는 다 못 읽을 가능성이 있어서 101권으로 종지부를 찍게 될 것 같다. 목표 달성이자 살짝 초과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올 초에 KT 장기쿠폰 혜택 중 하나로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면서 전자책을 읽기 시작하고(그전에는 종이책 위주로 읽었다), 작년 연말에 스벅을 자주 가는 바람에 쿠폰이 모였고 그 결과 다이어리를 받게 되었는데 여기에 뭐를 쓰지 생각하던 차에 읽은 책들이나 기록하자 하는 마음에 시작된 것이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이전에 한 번도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다. 그러니 이를테면 받았는데 이걸로 뭐 하지? 이런 순서였던 것 같다. 

 

그러니 뭔가 거창한 목표를 세워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연과 우연이 합쳐져 만들어 낸 시너지라고 할 수 있다. 나조차도 몰랐던. 


한 주 읽은 책을 토요일 오전에 다이어리에 정리하면서 얼마큼 읽었는지 파악하게 되니 뭔가 속도감이 붙었다. 이전에는 읽고 기록하지 않아서 일주일에 몇 권을 읽었는지, 한 해에 얼마나 읽었는지 스스로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읽을 때는 막 열심히 읽다가 다른 일로 바쁘면 한 참을 읽지 않곤 했다. 기록되지 않으니 뭔가 동기 부여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누구와 내기한 것도 아니고 지금 이것을 읽지 않으면 나에게 실망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상황도 아니었다. 다만 그냥 올해 책을 읽되 기록하면서 읽자고 한 것이 이렇게 된 것이다. 오히려 부담 없이 꼭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마음이 강했다. 


중반 이후가 되니 슬슬 목표가 의식되기도 했다. 매주 다이어리에 기록되는 숫자들이 높아지는 것을 보게 되면서 이왕이면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주변에 '나 몇 권 읽었어'를 의식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뒹굴거리며 TV나 유튜브 보다가도 맞다 '책 읽어야지' 스스로를 다독였고 이동 시간 틈틈이 짬이 날 때마다 끊임없이 읽어댔다. 자기 전에 눈이 감기기 전까지 책 읽는 습관을 만들었다. 유튜브가 아니라. 매우 고무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을 만들어(지금은 좀 소강상태지만)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서로 읽은 책들을 공유하고 얘기를 나누는 한 편, 책 '플라워 킬링 문' 등 읽고 너무 얘기해보고 싶은 책들은 이 책을 주제로 얘기하는 독서모임을 찾아서 참여하기도 했다. 단순히 물리적인 책 읽기가 아니라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책에 대한 즐거움, 독서에 대한 습관을 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든든한 기록서가 되어 준 다이어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전에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선 글자들을 보니 진짜 한 해 하루하루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글씨들이 들어서느라 너덜너덜해진 다이어리의 마지막 한 장만이 남았다.  


찬찬히 살펴보니 책에 대한 기록들 뿐 아니라 하루하루 뭐를 했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가 떠올랐다. 그만큼 치열하게 하루하루 헛되지 않게 살았다. 그러고 보니 책 100권 읽기와 다이어리 쓰기 2가지가 성공한 것이다. 세트라고 할까. 


올 연말에는 스벅을 가지 못해서 다이어리는 받을 수 없게 됐다. 대신 펭수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내년 한 해는 펭수 다이어리로 또 한 해 나의 삶을 꾸려나가야겠지. 


올해는 좋아하는 추리, 스릴러 소설 위주로 많이 편중되어 읽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원 없이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쓰면서 살았던 계묘년. 행복하고 즐거웠다.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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