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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Feb 07. 2022

'살 것 같다'는 말의 의미

3차 백신 접종을 통해서 본 행복의 기준

3차 백신 접종 그러니깐 부스터 샷을 맞았다. 1, 2차 백신을 접종을 했을 때만 해도 단순히 팔이 아픈 정도뿐 심한 증상은 없었기에 이번에도 내심 무심히 그렇게 지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이미 3차를 맞은 사람들의 힘들괴로웠다는 생생한 경험담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공통적으로 1, 2차 때 아팠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나는 아닐 거라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아닌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맞은 즉시 1, 2차 때 맞자마자 바로 아팠던 팔도 아프지 않았기에 이런 생각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한 오판이었고 또 오만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타이레놀 한 알을 예방적 차원에서 먹었다. 1, 2차 때도 동일한 시간쯤에 먹은 한 알이었다. 통증은 없어도 무리하지 않고 쉬는 것이 중요했기에 집에 와서 일단 누웠다. 물론 밥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일 낮의 여유를 느끼기도 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모든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쨌느니 저쨌느니 떠들다 보니 시간은 여유롭게 흘러갔다.


그런데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면서는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다. 갑작스레 팔의 통증이 시작되었고 동시에 속이 매스껍고 장시간 차를 타서 멀미하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점심쯤에 먹었던 타이레놀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어쩐지 경험하지 못했던 통증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1, 2차 때는 잠이 쏟아질 듯이 와서 하루 종일 잠을 잤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 피로도는 더 쌓여갔다. 어찌어찌해서 그렇게 첫째 날은 지나갔다. 그러나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통증이 시작됐다.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심해 견딜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기에 섣불리 병원에 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특유의 기분 나쁜, 계속 머리가 띵하고 멀미가 나는 것 같은 증상이 지속됐다. 혹시 집 안에만 있어서 그런가 해서 산책도 해봤지만 증상은 나를 내내 따라다녔다. 그리고 타이레놀 한 알을 또 먹었다.


그러나 셋째 날에 비하면 둘째 날은 약과였다. 셋째 날이 되자 팔은 통증으로 움직이 버거웠고 멀미도 더욱 심해져 계속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겪었다던 그 증상들이 이것이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3차 때 와서 비로소 느끼는데 1차부터 겪었던 사람들은 어찌 이겨냈을까 싶은 마음에 안쓰럽게 느껴졌다. 삶의 모든 순간이 떠올려지면서 아프다는 것이 이다지도 괴로운 일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4일째 되니 몸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팔의 통증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으나 한결 나아졌고 머리를 짓누르던 통증과 멀리 증상이 사라졌다. 물론 완전히 회복하지는 않았고 간헐적으로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다시 괜찮아졌다. 그러면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리고 앓는 내내 생존하기 위해 억지로 먹었던 음식들을 다시 먹으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게 됐다. 마치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간 느낌이라고 할까. 나를 둘러싼 나쁜 기운들이 물러나고 몸이 가벼운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들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살 것 같다는 의미를 몸으로 깨닫는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면 몰랐을 이 느낌을 오롯이 느끼니 감회가 새롭다. 물론 안 겪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모든 경험들은 그 과정에서 반드시 깨달음이 있다. 그러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건강이요, 둘째도, 셋째도 건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돈, 사회적 위치, 값비싼 집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당장 머리만 띵해도 모든 것을 할 수가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경험 속에서 새로운 행복의 기준을 보았다. 몸이 건강하다는 것.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말이다. 이제는 좀 더 건강을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백신은 제발 이번으로 끝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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