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 찢어질 정도로 웃어본 적 있나요?

웃음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by 임진

어른이 되면서 확실히 웃음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웃을 일이 없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에는 웃음이 너무 많아서 노래 부르는 시험을 칠 때조차 계속 웃는 바람에 선생님께 주의를 받기도 했고(결국 혼자서 칠판을 보고 불러야 했다) 사회 초년생 때까지도 그 웃음은 이어져 대표님께 너무 많이 웃는다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사회생활을 하면서 웃음은 사라졌고 지금은 흐릿하게 미소 짓는 정도로만 남은 것 같다. 아무리 재밌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아도 그다지 웃기지 않았고 삶은 갈수록 시험에 들기에 하루하루 버티는 게 목표이자 목적이 되어버렸다.


사실 웃음이라는 것은 아주 원초적인 웃음이 제일이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빵 터질 때 하루 종일 웃게 되는데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 되는 사회생활에서는 그 조차도 용납될 수 없다. 간혹 웃긴 상황이 와도 웃음을 참아야 하고 소리 내어 웃는 것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오래간만에 아주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점심을 먹으러 동료와 얘기를 하면서 나가는데 밖으로 나가려면 톨게이트 같은 곳을 통과해야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다가 잠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을 통과해 앞을 보니 동료가 다른 사람이랑 얘기를 하고 있었다. 순간 같이 먹기로 한 또 다른 사람이 벌써 내려와서 얘기하나 싶었는데 그 동료와 얘기하던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동료는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았다. 그 동료는 나인줄 알고 착각해 모르는 사람에게 얘기를 건 것이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 장면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동료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사람의 얼굴도, 말을 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은 것을 확인하고 당황해 나를 찾던 동료의 얼굴도 나는 뒤에서 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리얼함 때문에 나오는 상황 때문에 빵 터졌다. 그렇게 웃기 시작해 배가 너무 아파서 급기야 자리에 주저앉아 웃기 시작했다. 당황했던 그 동료도 내 곁으로 와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렇게 다른 일행이 도착하기 전까지 그곳에서 웃었다. 건물 입구였으므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너무 웃어 배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그런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어서도 그 상황과 표정들이 계속 생각나 킥킥 거리며 웃었는데 최근 몇 년 중에 그렇게 웃어본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하하하 계속 웃을 수 있는 웃음을 말이다.


실컷 웃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세상의 시름도 나를 둘러싼 많은 삶의 과제들도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다시 돌아서면 또다시 삶과 마주하게 되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을 던져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때 웃었던 기억으로 피식거리면서 보다 마음을 즐겁게 다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올 한 해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또 한 번의 명절인 설날도 앞두고 있다. 올해는 건강하고 좋은 일도 많았으면 좋겠지만 생각 없이 마구 웃을 수 있는 날도 가끔은 찾아오길 바란다. 많이 웃는 것만으로도 삶이 잠시나마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이 웃는 날들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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