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생일에 대해서
어제가 생일이었다. 어린이날 전날. 그래서 어릴 때는 생일 선물 겸 어린이날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억울했겠다'라던가 '손해다'라며 자기 일인 것처럼 안타까워해 주곤 하는데 사실은 그다지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태생적으로 뭔가 거창한 이벤트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차라리 어린이날에 묻혀 가는 것이 좋았다면 좋았다. 어린 시절 생일 때는 항상 학교에서 미니 운동회 같은 것을 했는데 미니 운동회가 끝나면 우리 집에 가서 생일 파티를 하는 게 약간의 룰처럼 자리 잡았다. 그마저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를 제외한 친구들 부모님들이 좋아했기에 굳이 하지 않겠다고 거절하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면 항상 뭐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저 인형이 너무 갖고 싶어, 저 장난감이 갖고 싶어 이런 마음이 별로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생일이나 어린이날도 그다지 나에겐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또 하나 괜스레 생일이나 어린이날이랍시고 주인공이 되는 자리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근데 운명은 또 신기하게도 생일 자체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날이어서 나의 바람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생일은 그냥 주변들과 소소한 축하 속에 넘어가길 바랐다. 그런데 이번 생일에는 어쩐 일인지 여기저기 소문이 나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 생각지 못했던 분들께서도 직접 연락을 주시고 축하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말로는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누군가가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축하해 준다는 자체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어릴 때는 이 모든 것이 번거롭고 정신 사납게 느껴졌는데 오히려 진심을 담은 축하의 메시지는 미소 짓게 해 주었다. 이제는 그 행위 자체보다 그 마음들을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어떤 기념일 자체의 특별함보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만남, 특별한 순간이 더 소중하고 기억할 만하다고 생각해 왔다. 굳이 어떤 날에 무엇을 꼭 해야 하고 이벤트가 있어야 할까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알겠다. 이벤트 자체가 아니라 그 날 만큼은 그저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세상은 각박하고 힘들지 않은 사람 하나 없지만 누군가를 축하해 주고 응원해 주는 마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평소에는 해주지 못했던 말을 이런 날을 빌려서 쑥스럽지만 전하고 받는 것일 것이다.
여러 좋은 선물도 많았지만 조카의 편지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을 계속 살아가라고...'
일상의 피곤함이 충전이 되는 동시에 다음 생일 때까지 좋은 삶이 되도록 열심히 열심히 살아갈 작정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의 생일이 나에게 진정으로 특별하게 자리 잡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