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에 대한 고민
네이버 영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들에 너무 실망해서 직접 연재하는 영화 리뷰 콘텐츠입니다.
같은 영화라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 그러니까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수 많은 예언가들이 예언했던 것처럼 세계 3차 대전을 통해 멸망할까요? 아니면 기후 변화 때문에 멸망할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멸망하기는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해 영화라는 콘텐츠 산업만큼 활발하게 답을 보여주는 장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 [터미네이터[ 시리즈부터 최근까지 정말 수 없이 다양한 영화들이 인류의 미래를 그려 왔으니까요.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그토록 많은 영화들 중 인류의 미래를 밝고 따뜻하게 그린 영화라는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자극적이어야만 관객을 모을 가능성이 높아서일지도 모르지만,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인류의 미래를 그린 영화를 몇 편에 걸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쩌면 우울할 수도 있는 인류의 미래, 로봇과 AI로 상징되는 다른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영화를 살펴 보시죠.
머나먼 미래.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함께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이 부족해지자 전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 정책이 실시됩니다.
그리고 세부적인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유럽의 아동할당국 (Child Allocation Bureau)의 수장 케이먼 (글렌 클로즈)는 ‘1 가구 1자녀’ 정책을 강력하게 실행하며 인구 증가를 통제합니다.
하지만 빈민가에서 여전히 자녀를 여러 명 낳기도 하고 또 중산층이라도 다자녀를 출산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한 명의 자녀를 남겨두고는 모두 냉동수면 정책을 실행해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합니다.
여기서 냉동수면이란 어린 나이에 냉동 상태로 장기 수면에 들어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깨어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렌스 (윌렌 대포)의 딸은 무려 7 쌍둥이 자매를 출산하는데요, 출산 과정에서 딸이 죽자 테렌스는 손녀 7명을 직접 키우기로 합니다. 물론 산부인과 의사와의 합의 하에 이 사실을 비밀로 한 채 말이죠.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회사 가기 싫은 직장인들의 이야기’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완벽하게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를 통한 액션 스릴러 영화임을 알고는 보는 내내 몰입되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괜찮음의 핵심에는 우리의 미래 사회를 인공지능과 같은 SF적인 방법이 아니라 인구 수와 식량문제를 통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장 비인간적인 방식을 택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가 쓴 책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하는 말: 영화에서 찾은 인문학 키워드]에서도 언급했지만 실제로 적절한 인구수 유지를 통해 지구를 지키려는 비밀 집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영화는 그 부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토피아라는 이상향 건설도 중요하지만 그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진지하고 치열한 인문학적 고민이 필요한 것입니다.
테렌스는 ‘7’이라는 숫자의 특성상 7 자매의 이름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정합니다.
이 부분이 너무 단순해서 좀 ‘피식’하긴 했는데, 왜 무지개의 색으로 이름을 지정하지 않았는지 살짝 의문이긴 합니다.
아무튼 정부 및 아동할당국의 강력한 정책 및 통제를 피하기 위해 테렌스는 7 자매를 완벽하게 똑같이 자랄 수 있도록 세 가지 원칙을 정하고 아이들이 그에 맞게 행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세 가지 원칙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 ‘카렌 셋맨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살 것
-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만 외출할 것 (예를 들면 월요일에는 ‘월요일’만 학교에 가는 등)
- 그리고 밖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저녁 식사 시간에 모두와 공유한다는 것인데요, 이를테면 화요일이 학교에 갔을 때도 월요일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입니다.
심지어는 목요일이 스케이트 보드를 너무 타고 싶어 테렌스 몰래 다른 요일에 밖에 나갔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당하자 다른 자매들의 같은 손가락도 똑같이 잘라버리면서까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결국 7 쌍둥이 자매는 ‘생존’을 위해 개개인의 성격이나 성향과는 무관하게 철저하게 한 명이 되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게 되는 것인데요, 다시 말하면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고 ‘우리’라는 카렌 셋맨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30년 뒤, 7 자매는 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성격을 가진 성인이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우리’로 자라났지만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본능적인 성향을 지울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그중에서 가장 맏이인 월요일인 냉정하고 침착하며 실질적인 커리어를 이끌어가는데 은행에서 일하며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물론 월요일뿐 아니라 다른 자매들도 같은 직장의 같은 직위로 요일만 바꿔서 ‘카렌 셋맨’이란 이름으로 출근하는 것이죠. 물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서로 공유하는 습관은 유지합니다.
그리고 다른 자매들은 단발머리에 금발로 염색을 하는 등 자유분방하거나, 운동을 좋아하는 격한 취미를 갖거나 컴퓨터에 능통하지만 소심한 성격을 갖는 등 다양하게 성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출근한 월요일이 연락이 두절되고 GPS 추적장치까지 꺼지면서 행방불명이 되자 남아 있는 다른 자매들은 걱정을 합니다.
만약 월요일의 신원이 노출되면 자기들까지 모두가 다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월요일이 사라졌다 (What happened to Monday)]가 된 것이네요.
다시 말하면 월요일이 사라지면서 영화의 핵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불안해하는 시점에서 출근한 화요일은 회사 직원들에게 어제 일이 잘 기억이 안 난다는 듯 전날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다가 월요일이 어느 바에서부터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바에서 바텐더에게 이것저것을 확인하고 나오던 순간, 아동할당국 요원들에게 붙잡히며 화요일도 연락이 두절되고 남은 자매들은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