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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청장 Nov 12. 2018

점, 선, 그리고 삶

퇴사 후 풍경, 열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 일상

제 첫 사업은 지인 2명과 함께 시작한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 회사였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디자인이 적용된 케이스를 제조하는 회사가 손에 꼽힐 정도로 몇 군데 없었습니다. 

그런 시장을 파고들 생각으로 중국에서 사출물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디자인을 입혀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조했습니다. 


이때가 2011년쯤입니다. 이를 계기로 제가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디자인 툴인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포토샵은 과거 영상제작을 하면서 필요했기에 다룰 줄 알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는 사용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한 권 빌려서 일단 내용을 한번 쭉 살펴보고 제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따라서 해봤습니다. 

그렇게 해보고 나니 기본적인 기능들은 하면서 손에 익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림 형태의 디자인은 못하지만, 

텍스트와 사진을 배열, 편집 등의 기능이 익숙해지면서, 어느 순간은 포토샵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져 이후로는 일러스트레이터만 쓰게 되었습니다. 


첫 사업, 그리고 동업으로서의 단맛과 쓴맛을 맛본 뒤에 커피&차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아시는 분이 수입 및 판매를 시작하는 단계인데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해서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판매할 제품의 사진 촬영, 상세페이지 제작, 오픈마켓 운영, 백화점몰 온라인 입점을 담당하였으며, 오프라인 백화점 입점 이후에는 상품 VMD와 매장 관리 등의 업무도 이어서 했습니다. 


특히 디자인물에 관하여 초기에 많은 경험을 쌓게 된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소봉투, 대봉투며 팸플릿, 전단지 등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디자인 툴을 잘 다루지 못했지만, 계속하다 보니 어느샌가 초기보다는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저는 친구의 소개로 외국계 회사에 면접을 본 후 1년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계획하여 일을 하는 습관을 익힐 수 있었던 시기이며, 맥과 액셀의 활용을 알게 된 시기였습니다. 그전에 일할 때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감에 대한 정확한 개념 없이 밤낮으로 일을 했다면, 이직한 외국계 회사는 하루에 할 분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계획성 있게 움직이면, 좀 더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 회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어디 가서 디자이너 일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도 제가 디자이너로서 취직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면접 때도 솔직히 말했습니다만, 제가 갖고 있던 스킬이면 이후 충분히 활용하여 활동할 수 있다고 판단해주셔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회사에서 디자인 툴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면 이곳에서는 디자인 툴뿐만 아니라 홍보물, 메뉴판, 게시판, 매장 간판, LED 입간판, 배너, 대형 현수막, 명함, 매장 유리 스티커, 영상제작, 마케팅, 매장관리, 점주 교육, 메뉴 체크, 신메뉴 개발 참여, 매장 오픈 기획, 오픈 매장 도면, 주방설비 배치도 등 실로 엄청나게 다양한 업무를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물의 종이를 다양하게 사용해보면서 재질감을 확실히 익히고, 많은 업무 덕분에 디자인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여 관련 스킬이 한층 더 올라갔습니다. 근무 기간 동안 7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한데 있어서 실무 부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프랜차이즈 매장 오픈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그렇다고 그때 제가 일을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일처리가 미숙하였습니다.)


그 후 마지막 회사는 서비스 회사였습니다. 서비스 회사로서, 일단 고객들이 방문하는 목적은 제품에 대한 불만이나, 수리를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대부분 이이기에 그들의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으로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각 회사에서 1년에서 2년의 근무 기간을 거쳤습니다. 


저는 중학교 이후부터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에 갈 실력도 안되면서, 대기업은 일부러 가지 않는 것처럼 포장을 했다고 할까요. 어쨌든 저는 직장 경험 대부분이 상당히 작은 기업들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제 삶을 돌아보면, 그때의 일들이 점 형태로 보입니다. 특정 사건들, 입사했던 순간이나 심장을 압박할 정도로 괴로웠던 순간들이나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때나..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직장을 선택할 때에만 하더라도 어떤 가치관이나 중요도를 두고 선택한 것도 아녔습니다. 돈을 중요한 기준점으로 회사를 선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뭘 기준으로 선택한건지;;)


그런데, 각각 개별적인 점의 형태로 존재했던 경험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전공으로 선택한 언론정보부터 하여 영상을 만들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초등학교 시절이 모두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상 - 사진 촬영 - 디자인 - 오픈마켓 운영 - 백화점 입점 경험 - 프랜차이즈 매장 오픈 - 서비스 마인드 


이 경험들이 하나하나 연결되어 결국 제 삶을 구성하고, 그것이 현재의 삶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각의 점들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그 선들이 결국 제 삶이란 3차원의 면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 일을 할 동안에는 몰랐습니다. 그 일이 나중에 어떻게 활용될지 몰랐으며, 그 상황들이 내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만약 제가 대충대충 살고 결과가 두려워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제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내가 지금과 다르려면 현재라는 점을 찍고 있는 지금 대충대충 살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퇴사 후 펼쳐진 30대 중반의 일상과 사업에 대한 기록 열 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다음번 이야기는 <30대 아저씨의 책을 읽으려는 노오오오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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