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풍경, 열아홉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 일상
2018년 11월 28일, 35번째 생일에 일생일대의 이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바로 둘째 딸아이가 태어난 것이죠.
둘째가 태어나니 일상의 풍경이 다시 한번 바뀌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아이의 성향을 떠나서 2시간 혹은 3시간마다 수유를 해줘야 하기에
잠을 푹 자기가 어렵습니다.
엄마가 잠을 못 자는 것은 당연하고, 아빠도 푹 자기는 어렵습니다.
보통의 가정, 아빠가 회사를 다녀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마도 아빠가 첫째 아이와 함께 방을 따로 하여 잘 것입니다.
저 또한 회사를 다니긴 하지만 개인회사(1인 사업)이기에 아내를 더 도우려고 하는 편입니다.
모유 수유와 분유 수유를 함께 해서 밤에는 제가 분유 수유를 하며 돕고 있죠.
한번 깨면 1시간 이상은 깨어있게 되니, 잠을 실컷 잘 수는 없습니다.
다시 잠든다 하여도 또 2시간 후에 깨기 때문에 참 힘들죠.
군대도 이것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뻥이에요)
출산 이후 아내가 산후 조리를 해야 해서 첫째 아이를 등 하원 시키는 게 오로지 저의 몫이 되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등원은 같이 하는 편이긴 했지만, 하원은 아내가 주로 담당했습니다.
하원이 보통 오후 4시인데, 이때 제가 하원을 하게 되면 일을 하게 되는 시간 중간이라 생산성이 떨어져 아내가 주로 했습니다.
등원시키고 사무실 가면 9시 반이 넘습니다. 계획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어느새 3시 반 하원 시간이 됩니다. 그러면 제가 실제로 일할수 있는 시간은 6시간밖에 되지 않으니 하루 할 일 10개 중에 2-3개 하면 6시간이 금세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6시간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코가 안 좋아 병원을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면 2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은행업무나, 둘째 아이 출생신고 등의 행정업무를 봐야 하는 날에는 또 1-2시간이 그렇게 소비됩니다.
아이가 태어나니 잠도 제대로 못하고, 일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건 저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이전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어떻게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했을까요?
늦어도 새벽 6시반에는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습니다. 착실한 회사원으로 보이려면 적어도 20분 이상은 일찍 도착해야 하니 그 늦어도 7시반에는 출발을 해야하비다.1시간 이상 걸리는 출근 시간을 계산하면 8시 반쯤에 사무실에 도착할수 있습니다.
업무 보고 및 회의를 하고나면 오전이 지나갑니다. 점심식사 시간에 식사를 하지 않고, 개인적인 업무를 보기 위해 주민센터를 갑니다. 거기도 점심시간이라 업무처리가 지연됩니다. 오늘도 점심은 스킵하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해결합니다.
오후 업무를 봅니다.
집에서 전화가 옵니다.
아차, 아내가 이야기했던것을 처리하는걸 깜빡했습니다. 그걸 할 시간도 없었구요. 만삭의 아내에게 대신 처리해달라고 설득을 합니다.
저녁시간입니다.
오전에 진행된 회의 내용으로 오후시간에는 업무를 진행했지만, 미처 끝내지 못했습니다. 집에 일이 있지만, 그것보단 일단 회사 업무를 먼저 끝내야 합니다. 오늘 끝낼수 있을것 같지는 않지만요. 점심도 못먹었으니 저녁은 순대국 한그릇이라도 먹으려고 합니다.
30분만에 흡입하고 돌아와 야근을 합니다.
최선을 다했으나(중간에 민원24에 가서 필요한 서류도 발급받고, 쇼핑도 조금 하고, 주식도 조금 봤지만 최선을 다했다) 업무를 완전히 마무리를 못했습니다. 개인적인 업무는 주말에 할수 있겠지 기대하며 퇴근을 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씻고, 아내와 대화를 하고 TV를 잠깐 시청하고 잠을 잡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바쁘게 살았습니다.
위의 내용은 각색이 되었지만, 2014년도 실제 저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98%일치합니다.
회사인간일때는 모든 것의 우선이 회사일이었습니다. 가족의 대소사중 큰 일에만 참여할수 있었고, 작은 일은 놓치고 살았습니다. 그게 당연한 삶이었다 생각했고,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의 방식 외의 다른 삶은 생각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나름의 최선을 다한 삶이었고, 바쁘게 살아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물론 지금도 한가하지는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삶이 유지 된다는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TV를 보는 유희의 시간이 나에게 준 시간이었고, 그저 페이스북을 보면서, 좋아요와 공유를 통해 세상에 헌신할수 있는 것을 찾아 헤메기 바빴습니다. 그것으로 세상을 조금 좋아지는데 일조했다고 미소를 지었고, 저는 그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왜 내 삶은 더 나아지지 않는지 한탄했습니다.
나에게 시간을 쓰지 않으면서 내가 변할수 있고, 내 삶이 좋아질수 있을거란 착각을 했습니다.
다행인것은 제가 그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와 허우적거렸다는 것입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을 신께서도 아셨는지 동아줄을 내려주셨고, 그 동아줄을 열심히 잡아 올라간 결과 늪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내세울만한 상황은 아닙니다만, 5년뒤 10년뒤에는 같은 선에 있었던 많은 지인들과는 큰 격차가 존재할 거란 생각과 기대를 하며, 오늘도 생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