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풍경, 스무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 일상
단언컨대, 장모님이라는 존재가 지구 상에 없다면 많은 엄마 그리고 아빠들이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제 아내도 그렇습니다.
장모님의 도움 없었다면 정말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을 것입니다.
첫째 출산 이후에도 그렇고, 첫째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둘째를 출산하니 더욱 감사했습니다. 장모님의 손길로 아내는 쉼을 얻을 수 있었고, 저 또한 쉼을 얻거나 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라 하루에 온전히 6-7시간 이상 집중해야 해서, 출산 직전까지 밤 11시나 12시까지 일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나오니 시간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죠. 장모님 덕분에 가끔 일할 시간을 확보했습니다.(그래도 일할 시간이 정말 부족해요ㅠ)
둘째가 세상에 나온 지 벌서 30일이 되었습니다. 아내도 몸이 아주 많이 회복되었죠. 아내가 첫째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써준 게 미안했는지,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에 데려가자고 했습니다. 찬성했습니다. 둘째는 장모님이 봐주셨습니다.(장모님 만세)
물론 일할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제가 왜 일하겠습니까. 가족이랑 시간 보내려고 일하는 건데, 이런 제안은 받아들여야 하지요. 게다가 아내도 한 달 만에 바깥나들이라 들떠 있었습니다.
12월 26일 월차를 썼습니다. 25일 크리스마스에 놀러 갈 수도 있었지만, 오전에 교회 다녀오고 아이 낮잠 재우고 하니 5시가 되어서;;; 혼자 운영하는 회사에 사실 월차라는 단어도 안 어울리지만, 어찌 되었든 하루 휴가를 낸 셈이죠. 게다가 휴일 바로 다음날 말이죠.
직장인들에게는 좀 미안합니다.
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 같아서요.
평일 오전에 가족과 나들이를 가는 게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인 사업을 한 이후에는 시간 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했기에, 오전에 놀고 와서 저녁에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혹은 이번처럼 자체 휴가를 내기도 했죠.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휴가나 월차를 쉽게 쓰지 못합니다.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하죠. 맡은 업무를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유를 써야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유를 말하기 어렵더라도 이유를 써야 하죠. 그래서 직장인들은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합니다.
쉼을 갖는다는 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쉬는 게 중요한데, 회사는 직원들의 영혼까지 빼먹을 작정으로 쉼 없이 달리게 합니다.(물론 중요한 프로젝트 도중에 맘대로 쉬는 건 안 되겠죠)
그러다가 꼭 아파야지만 병가를 내거나 휴가를 냅니다. 이미 배터리가 방전되었는데, 완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20% 정도만 충전합니다.
통제를 벗어난다는 건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개인사업자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안전장치가 없기에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도를 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원할 때 쉼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나의 발전이 곧 내 사업의 발전이기 때문에 자기 계발에 온 힘을 쏟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의 발전은 회사의 발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회사들은 생각들이 닫혀 있는 편입니다.
파트타이머를 고용하여 일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 정직원으로 누군가를 채용하는 시점에는 열린 시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되길 그려봅니다. 제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문자 하나로 월차를 쓸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이죠.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 그쵸? 그래서 오늘 쉴게요~ 제가 맡은 업무는 제가 알아서 하니 신경 쓰지 마세요 ^^" (물론 국내에도 이미 이런 회사가 있습니다.)
이런 날이 올 것입니다.
그날에 이 글은 직원들의 성지가 되어 저를 옥죌지도 모르지만..
그날은 반드시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