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열 번은 해보자.

by E선

내가 벌써 수영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수영은 몇 년이나 해도 쉽게 늘지 않는다. 아이는 조금 더 쉽게 수영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금 이른 나이에 수영을 시작하게 했다. 아이도 이제 막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어린이집 친구들과 레슨을 함께 하니 즐거움도 두 배이다. 처음에는 ‘음~파‘도 하고 튜브와 같은 보조기구를 매달고 수영을 하니 마냥 즐겁고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수업 즈음, 같이 수영하던 친구 한 명이 "안 할래! 나 물이 너무 무서워."라고 하며 눈물과 함께 하지 않겠다 선언하여 둘만이 하게 된 수영수업이었다.

'우리 아이는 끝까지 잘하겠지.‘ 했는데 한 여섯 번째 수업날 가기 싫다고 떼를 쓴다. 같이하는 친구는 잘만 하는데 본인만 아직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게 속상했던 걸까. 아님 지난번에 물속에서 점프하면서 물을 먹었던 기억이 무서웠던 탓일까.


물놀이를 한 번도 싫다 한 적이 없어 꽤나 난감하다. “이번만 해보자. 무서워도 한번 도전해 보는 거야. ”라고 재촉하고 설득해 보지만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먼저 포기한 친구도 있는데 왜 자기는 계속해야 하냐고 물어본다.

그래도 내가 옆에 있어주겠다 하자 마음을 조금 놓였는지 벽을 잡고 발차기를 해본다. 몇 번하더니 자신감이 붙나 보다. 절대 가지 말라더니 이젠 가서는 앉아도 된다고 한다.

선생님이 친구와 함께 저 건너편까지 가보자 하는데 혼자서 있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혼자서 쉬지 않고 10분 정도를 발차기 연습을 이어간다. 저번 레슨에서 무서워했던 잠수해서 점프하는 연습도 하고 쉬지 않고 하는 것을 보니 어찌나 대견한지.


어느 정도 연습이 되었는지 선생님과 함께 하겠다고 한다. 이번 발차기는 같이 하는 친구보다 빠르다. 한껏 다시 신이 난 아이는 25m를 쉬지도 않고 발로 차며 앞으로 나아간다. 엄청 힘들 것 같은데도 멈추지 않고 다시 행복한 얼굴로 열심히 발길질을 해내어간다.

결국 수업 마칠 때쯤에는 “엄마, 나 발차기 여기서 저기까지 해볼게! 봐봐!” 라며 열심히 보여준다. “엄마, 나 재밌었어!”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빛이 다시 설렘과 자신감이 가득하다.

“용기 내서 해보니까 어땠어? “

“처음에는 하기 싫고, 무서웠는데.. 이제는 다시 수요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 이제부터 뭐든 하기 싫어도 우리 열 번은 해보자. 열 번은 해보고, 그때 포기하든 계속하든 결정해 보자. “

”응, 알았어 엄마. “


생각해 보면, 지금 네가 배우는 게 수영만이 아닌 것 같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법, 하기 싫어도 끝까지 해내는 법, 더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며 하기 싫은 마음을 다 잡는 법까지 하나하나 차곡차곡 배워가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 함께 열 번은 해보자.



keyword